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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l 27. 2017

스타트업, 잘 헤어지기

소프트웨어 개발자 김수보님의 글을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

위 그림은 경험자들에게는 익숙한 그림이지만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한 친구들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그림입니다. 초기 자금은 대부분 소진했고 매출은 없고, 다음 자금을 끌어 올 기약도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년 정도가 되면 적지 않은 조직들이 위와 같은 상태와 싸우고 있습니다.


간혹 끈기 있는 사람이라면 이 위기를 탈출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이 상태를 거치면서 사업을 접게 됩니다. 이 글은 회생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팀들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글입니다.


사업이 잘 안됨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다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헤어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흑화(어둠의 기운에 물듬)된다고 표현합니다. 문제는 그런 경험들이 거시적으로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망가뜨리게 됩니다. 이 바닥이 좁은데 더 좁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헤어질 때 최소한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리더가 고민해 보아야 할 내용이지만, 팀원들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 서로에게 상처주지 말자


일이 잘 안 풀리면 자연스럽게 원인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몰아 부치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만 지나면 회사 내에 모든 사람이 잘못을 하고 있는 것처럼 됩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여러번 주게 됩니다. 하지만 잠시만 멈추어서 생각해 보면, 상황이 좋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즉 무너지는 건물 더미 안에서 나 혼자만 먼지가 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 때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싸우게 되면 잠재된 기회들이 사라져 버립니다. 서로 헐뜯느라 악화된 평판들이 투자업계나 미래의 동업자에게도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연착륙을 하는 것은 리더의 힘이 컸습니다. 헤어질 상황이 되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잘 헤어지는 것이 무조건 좋습니다.


2. 서로에게 말을 조심하자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무기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상처가 마음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의 상처는 연고가 없어 평생갑니다. 그래서 살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옵니다. 종종 그 시점이 아주 어려울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나마 있던 희망의 끈을 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굳이 나쁜 말을 할 때는 남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이란 한 사람 거칠 때마다 반드시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달라지면 오해가 생깁니다. 직접 이야기 할 때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날카로움을 다듬고 짧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3. 헛된 희망을 남기지 않기


헤어질 때는 ‘마침표’가 좋습니다. ‘그런데…’라고 이어가면 안됩니다.

gettyimagesbank


하지만 체면 상 ‘그런데…’로 이어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순진한 직원들은 헤어져야 할 시점에 오히려 큰 기대를 하며 앉아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다시 실망이 되었다가 원망으로 바뀌게 됩니다. 진심으로 노력할 것이 아니라면 헤어질 때는 마침표를 찍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진심이라면 딱 부러지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 따라갈 사람…’


4. 뒤통수 치지 않기


헤어질 시점에 누군가를 속여서 물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악의적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헤어질 때 쯤 되면 이미 서로에게 원한과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사람과는 평생 볼 수 없는 사이가 됩니다. 진짜 평생 보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업계가 좁아서 반드시 한 번은 보게 됩니다. 그 시점이 중요한 협상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투자나 채용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악의가 생겼다면 술먹고 욕이나 실컷 해주는 걸로 만족하십시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자신도 반드시 대가를 받게 됩니다. 그런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헤어질 때는 머지않아 다시 만날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함께 했던 시간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입니다. 이 말은 리더나 보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직원들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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