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여행을 좋아하게 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누군가는 그저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다.
나는 운 좋게도, 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중학교 시절, 유난히 하늘이 맑던 어느 날. 학원으로 가던 길, 뜻밖에도 수업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기가 싫었다.
그날은 그저, 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늘 익숙한 풍경을 비추던 창문 너머로 낯선 풍경이 스며들자 가슴이 묘하게 뛰었다.
나는 아무 이유도 없이 들뜬 마음으로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금세 익숙해진 풍경이 왠지 아쉬웠다.
그때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버스에 올라탔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지친 얼굴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순간, 낯선 풍경에 설렜던 내 모습이 그와 겹쳐 보였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지친 하루 끝에 내가 스쳐 보낸 익숙한 풍경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걸.
누군가의 일상은 누군가의 비일상이며 나의 일상 역시 누군가에겐 신기한 여행일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이후 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평소보다 조금 먼 길을 돌아가거나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도 나만의 작은 여행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통해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조금씩 쌓인 순간들이 모여,
여행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