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남겨지는 순간
“오빠랑 비슷한 향만 맡으면 뒤돌아 봤었어.”
헤어지는 날, 너는 울면서 내게 소리쳤다.
전화기 너머 들려온 너의 절규는
한동안 내 시간을 멈춰 세웠다.
너는 나를 사랑했었나.
스쳐 가는 사람들에게서
특별할 것 없는 나의 향기를 쫓을 정도로.
왜 사랑의 깊이는
헤어지는 날에서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걸까.
휴대폰에서 너의 목소리가 끊기고 난 뒤
기숙사에서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며
귀를 틀어막고 이불속으로 숨어들었다.
‘기억하나요 우리 함께 했던 시간’
노래의 한 구절 한 구절에,
길을 걷다 뒤돌아보는 네가 담겨 있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딱 한 걸음 멀리에서
그렇게 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 많던 그 노래는
네가 나에게 상처 줬던 그 거리에서도
네가 반짝반짝 빛나던 그 무대에서도
마치 낙인처럼, 어디를 가든 날 따라다녔다.
시간이 흐르고
내게 수줍게 손을 내밀던 버스 안에서도
후회할 거라며 나를 쏘아대던 전화기에서도
어느새 그 노래는 점점 들리지 않았다.
다만, 옷에 남은 섬유유연제 향만큼은
그 후로도 변하지 않은 채,
오래도록 나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