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깊다

깊은 속의 빛과 그림자

by Mocacandy

속이 깊은 사람과의 대화는
작아서 놓치고, 커서 지나친 것들을 다시 보게 해 주고
때론 진한 물감처럼 마음을 새로운 색으로 물들였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나는 내 속이 한없이 얕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더 깊어지려 필사적으로 내 속을 파내려 갔다.
얼마나 깊이 파야 할지, 언제까지 파야 할지는
아무도 알려줄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희망을 담아 눈을 반짝이며 말하던 그들의 순간들이
수많은 상처와 이해받지 못한 마음들로 인해
씁쓸한 빈웃음과 공허한 침묵으로 바뀌었을 때,
나는 석양처럼 천천히 사라지는 그들의 빛을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들의 빛은 사그라들어야 했을까.
그들의 속이 깊다는 걸 핑계 삼아 마음의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 때문일까,
혹은 질투심으로 조금씩 그들의 속을 훔쳐간 사람들 때문일까,
아니면 어두운 현실이 천천히 그들을 물들여 버린 걸까.

그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찬란한 하늘을 날던 새가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게 된 것을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단지 깊어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속을 더 깊게 파는 대신,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고,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그고,
한 방울씩 밝은 현실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 속을 헤엄친 누군가가
더 이상 날카로운 마음의 쓰레기에 다칠 일 없이
편안히 그곳을 빠져나와, 환히 웃으며 말해주면 좋겠다.

"그곳은 참 맑고 아름다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