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Oct 27. 2022

MBTI로 나를 알 수 있다고?

코로나 전까지는 어설픈 외향형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내가 꽤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시작하면 뭐든지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그런 나를 보며 지인들은 열의에 넘친다고 했다. 대학 때부터 여러 모임에서 MBTI 검사를 하면 언제나 그랬듯 외향형인 E가 나오곤 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작은 장사를 시작하며 나의 외향적인 면모는 빛을 발하는 듯했다. 이 손님이 언제 누구와 왔는지, 지난번에 어떤 음식을 시켰었는지, 음식은 얼마나 남겼었는지, 즐겨 주문하는 메뉴와 주류는 무엇인지 기똥차게 기억해서 반갑게 맞이하고 눈치껏 재빠르게 응대했다.

  우리 가게에는 손님을 기억해서 반갑게 맞이해주고 때로는 대화도 나누는 조금 특별한 여주인이 있었고 그렇게 단골손님도 늘어갔다.





  어떤 모임이든 별다른 기복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언젠가부터 자주 리더를 맡게 됐다. A형이라 원체 소심하지만 제법 리더 역할을 잘했던 건지 팀원들 중에 누군가는 내게 감동받았다고도 했다.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정말 외향형인가 봐!

  코로나 전까지는 어설픈 외향형이라고 믿고 있었다.

  코로나 시작 전에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받아본 결과지에도 선명하게 E이라고 되어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온라인 모임의 갯수가 늘어나면서 깨달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몹시 사랑하며 그 시간에 나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모임에서 나눠주는 사람이었다. 쓸데없는 일로 과도하게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들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모임에서 외향적인 사람이 있으면 굳이 나서지는 않지만 돕는 건 잘한다. 존재감 있는 팀원보다 모임에서 빠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걸 좋아한다. 행복하고 기쁜 사람보다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 눈에 밟힌다.

 




  내가 40년이 넘게 외향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은 주어진 일에는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었던 내가 부단히 노력해서 바꾼 성격이었다.

  내향적이고 소심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며 모이게 하는 외향적인 친구들에게 열등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내 모습도 충분히 좋다고, 내가 먼저 내 모습 그대로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애써서 노력하지 않고 내향적인 내 모습을 인정하고 나의 강점을 더 강화시켰다면 어땠을까?





  누가 봐도 외향형 같지만 내향형인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부단히 노력해서 특색 없는 성격이 되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신만이 가진 특성을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자존감 높은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정답지에 나를 바꾸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늙음과 죽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