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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Oct 21. 2022

늙음과 죽음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람마다 다르겠지

  어릴 때 엄마는 맞벌이를 시작하셨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외로웠던건지 죽음에 대해 꽤 자주 생각했다.

  그 시기에 골수병 투병 환자였던 초희가 김창완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낸 청취 글을 엮은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책이 유행했고 우리 집에도 있었다. 나의 죽음에 대한 고찰은 그 책과 함께 시작됐다.

  하교 후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면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누워 있곤 했다. 정적 속에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 끝에는 항상 죽음이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이 하루가 채워졌다. 대학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저만치 달아났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 어린 자녀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죽음은 두려움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아빠를 암으로 보내드리고, 주위에 어르신들을 지병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보내드렸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나는 아파서 죽거나 사고로 죽는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늙어서 죽게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 젊음이 마냥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늙음이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초 치매에 관련된 교육을 듣게 되고 연말인 지금 요양보호사를 공부하게 되면서 늙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사이 내 몸의 이상을 느꼈기에 더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큰 아들이 결혼한 후에도 마음으로 온전히 독립시킬 수 없었던 시어머님과 독립된 가정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소리 없는 기싸움도 이제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시어머니인 당신이 늙으신 것도 며느리인 나의 혈기가 꺾인 것도 있으리라.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남편이 시어머니에게는 여전히 실수할까 걱정되는 청년이고 올해 팔순인 친정엄마는 내게는 예순의 나이에 멈춰 있다.

  죽음이 나와는 먼 일이라 생각하며 정작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들을 양육하며 틈틈이 자기 계발과 투자를 한다고 곁에 있는 것을 돌보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며 오늘도 종종걸음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정해진 나이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지는 나이는 이토록 다르듯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람마다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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