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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Sep 23. 2022

경제적 암묵지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그들과의 격차가 크게 느껴질 때 나는 두렵다


  며칠 전 아침 6시, 습관대로 블로그 앱을 열고 블로그 이웃들이 올린  글을 읽다가 웹툰 작가인 쟌쟈라쟌님의  [암묵지는 어디서 배울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그토록 내가 답답해하던 문제의 해답을 찾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https://blog.naver.com/raracle/222876090707)


암묵지란 경험과 학습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명료하게 공식화되거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을 뜻한다. 정형화되고 문자화 된 지식인 형식지와 달리, 암묵지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책이나 논문을 통해 습득될 수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날 하루 종일, 아니 그날로부터 오늘까지 나를 따라다니는 단어, 암묵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지만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의 막내로 자라면서 물질적 결핍은 물론이고 정서적 결핍도 있었다.

  나에게 구멍으로 남은 물질적 결핍과 경험의 결핍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써왔기에 그래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어느 엄마는 예상보다 빠르고 강렬하게 찾아온 자녀의 사춘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특히 어릴 때 자신에게 부족했던 결핍을 아이에게는 대물림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이가 궁금해하기도 전에 엄마가 미리 경험하게 해 줘서인지 지금에 와서는 모든 활동에 식상해하고 의욕이 없다는 고민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쉽게 얻을 수 있는 풍족함보다 감당할 수 있는 결핍이 스스로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질적 결핍이 아닌 정서적 결핍만큼은 느끼지 않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길을 걷다 낱개 포장지에서 젤리를 꺼내 후 스스럼없이 길에 흘리며 걸어가는 아이를 보기도 했고 내가 건넨 간식을 먹고 난 뒤 아무 곳에나 버리고 가는 아이들을 보기도 한다.

  비단 이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초대되어 온 아이의 친구가 냉장고를 마음대로 열거나 닫혀 있는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뛰어올라가는 걸 본 적도 있었다.

  아무도 그 아이들의 행동을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누가 보더라도 좋지 않은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우리 아이들도 내가 안 보는 길거리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친구네 집에 가서 무례를 범하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행동을 조심시키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정교육이라는 틀에는 부모님의 직접적인 교육도 있겠지만 보고 자라온 환경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을 배우며 자라 자연스럽게 습득된 교육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보고 자라온 경험과 학습을 통하여 개인에게 익숙해져서 은연중에 표출되지만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지식과 행동은 얼마나 많을까?

  다행히 나는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를 배우며 자라왔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녀들에게도 알려주고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하기에 내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없는 지식도 많다.




  특히 자라온 환경이 자본주의와 돈에 대해 무지했기에 그 부분은 전달해 줄 수 없는 특별한 분야에 속한다.

  내가 자라면서 부모님께 대체로 들었던 말들 중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열심히 모은 돈으로 집을 사고 최대한 빚을 져서는 안 된다는 식이였으니 말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뒤늦은 나이에 책을 읽으며 지식으로 배우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는 지혜의 영역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돈을 유리하게 활용해 왔던 부모님 밑에서 경제관념을 자연스레 접하며 성장해 온 사람들의 경제적 암묵지를 머리로 이해하고 따라잡으려 노력해도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경제관념이 기본 상식이 되어 있는 그들과의 격차가 크게 느껴질 때 나는 두렵다.




  그러나 제일 두려운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나의 아이들이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나의 배움의 과정이 더디고 지루할지라도 아이들의 경제적 암묵지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포기하지 않고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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