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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18. 2022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남자친구와 교제한지 6개월 만에 사당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상견례를 하게 됐다. 상견례를 앞두고 무거운 분위기면 어떻게 할까 걱정도 됐었는데 양가 부모님의 안온한 성품대로 별다른 신경 대립 없이 평온하게 첫인사의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잠시 의견 대립이 있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2개월 뒤로 결혼 날짜를 잡자는 시부모님께 2개월 뒤는 날짜가 너무 이르다고 6개월 뒤로 날짜를 미루자고 말씀해 주신 친정 아빠의 말씀에 따라 교제한지 1년이 되는 5월로 결혼 날짜를 잡게 됐다. 

   사실 만날 때마다 결혼을 하자는 남자친구와 어느 누구와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던 내가 상견례 날짜까지 잡게 된 건 건강검진에서 머릿속에 혹이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게 된 엄마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검사 결과를 받고 나서 친정식구들은 엄마는 수술을 해야 하는지, 치료를 해야 되는 건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마지막 남은 막내딸을 빨리 결혼시켜야겠다며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는 딸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 믿음의 가정을 이루며 행복해지기를 바라셨지만 가정의 행복을 일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걸 잘 아시기 때문에 철없는 막내딸의 결혼 날짜를 미뤄주신 것 같다.  




   친정 아빠의 말씀으로 결혼까지 6개월의 시간을 벌었으니 결혼이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했다. 마음의 준비도 안된 내가 아무 준비 없이 결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혼 날짜를 잡고 서둘러 지구촌교회 결혼예비학교에 등록했다. 그만큼 나에게 결혼이란 게 어렵게 느껴지고 비장한 마음가짐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8주간 진행했던 결혼예비학교에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결혼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현실적인 결혼예식, 재정, 부부의 성, 양가 어른들과 겪게 될 갈등 해결에 대한 문제까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유익했고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혼예비학교가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한 집 안의 며느리가 되는 새 삶을 미리 배우는 것이었다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쉬운 게 하나도 없는 나에게 또 다른 배움이 필요했다. 

   그 많던 육아서보다 더 필요한 것은 성경 속에 지혜였다. 어려운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해 보고자 마더 와이즈와 두란노 어머니학교를 등록하고 나만 알던 내 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나에게 또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섬겨야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는 아직도 어렵고 서툴다. 그렇지만 이렇게 제각기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근사한 가족을 허락해 주셔서 언제나 감사하다. 


 

  아직 멋지고 근사한 집에 살 수는 없지만 가족들이 일과를 마치면 빨리 집에 오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게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제자리에 정리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던 나는 정리수납 전문가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실습까지 끝마치고 정리수납전문가가 되었다.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 취득 후 바로 시작된 코로나로 고객의 집에 방문을 해야 하는 정리수납전문가의 특성상 일은 시작하지 못했다.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은 책장에 고이 간직되어 있지만 처음 배울 때 내가 생각했던 목적에 맞게 내 집의 물건들을 내가 생각한 대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으니 나름 만족스럽다. 




  부족한 사람이라 무슨 일을 해도 서툴지만, 결정을 하고 나서는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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