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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13. 2022

내 눈앞에서 사라질지도 몰라


이른 새벽,  

기분 나쁘게 싸한 복통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 좋은 미라클 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었지만

오늘 나의 기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조용히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는데

왠지 그렇게 해결될 복통이 아닌 것 같았다.

새벽을 깨운 기분 나쁜 복통은

흡사 몇십 년을 괴롭히는 생리통과도 비슷했는데

오히려 생리통이 아니라는 게 

나를 두렵게 했다.



이내 식은땀이 흐르면서

얼굴이 창백해지는 게 느껴지고

울컥울컥 목구멍으로 무언가 올라와

결국 노란 위액을 토해냈다.

고통의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은

그 새벽, 나를 두렵게 하기에 충분했다.



말 못 하는 어린아이가

늦은 밤 갑자기 고열이 나면 

그것만큼 무서웠던 게 없었다.

다음 날 찾아간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열이 나는 원인을 알려주시면

그제야 아이가 다 나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다행히 얼마 후 복통은 잦아들었고

남편의 출근을 보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지독한 악몽을 꿨다.

함께 산책을 나간 아이들이 사라졌다.

잃어버릴 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아닌데,

아마도 다른 곳에 눈길을 빼앗기다가

우리를 놓친 것 같다.

전화를 여러 번 해도 

받지 않는 상황에 답답해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잠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찾아보니

여느 때처럼 편안히 늦잠을 자고 있다.   



건강하다고 자신했던 내 건강도

바람 앞에 촛불처럼 

어느 순간 꺼져버릴 수도 있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들고 싸우는 

지금의 일상도

아이들의 사춘기가 시작되고 

그들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 

어느 순간 나와 멀어지겠지.

꿈속에서처럼 내 눈앞에서 사라질지도 몰라.

그때는 평범해서 지루했던 오늘 하루가

미친 듯이 그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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