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주제를 보고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계속 고민했다. 몇십 년을 살아왔지만, 지금도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이번 글은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적기로 했다. 밝지 않은 이야기임을 미리 알려둔다.
나는 마치 하루살이같은 삶을 살아왔다.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아니, 사실은 현재와 미래보다도 과거에 더 매여 살았던 것 같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들을 바라보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아온 방식은 하루살이의 삶조차 아니었다. 하루살이는 그 하루를 최대한 알차게 살 테니까. 하지만 나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 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자책과 자기 파괴 속에서 머물렀다.
나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하며 사는 삶은 사실,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삶과도 비슷하다.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나 자신보다는 타인의 인정을 더 중시하는 삶이었다. 여러 번 심리 검사를 해도 자기희생, 타인의존, 불안 지수가 높게 나왔다. 타인이 만족하는 모습을 봐야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고, 그 결과 내 감정과 욕구는 뒷전이 되었다. 하루하루 타인의 기분에 의존하며, 내가 한 일이 충분했는지, 내가 정상인지 매일 불안했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했기에 나는 점점 더 작아졌고, 늘 맞춰진 표정과 리액션으로 살아야 했다.
이런 삶은 참으로 고단했다. 타인에게 좌우되는 삶은 항상 수동적이었다. 나는 늘 ‘밝고 착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그 모습이 진짜 나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점점 그 틀 안에 갇히게 되었다.
언제부터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타인이 되어버린 걸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중학교 1학년, 입학 전부터였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우울과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정작 나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돌봐야 할 사람이 더 많았다. 친구 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인간관계가 사치로 여겨졌을 정도로 불안정했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동정 어린 시선과 무시, 하대까지 함께 받았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채감과 비참함을 남겼다. 그 시절, 나는 가난하고 불안정한 세상 속에 홀로 있는 느낌이었다.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니어도 나의 인생이었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었고, 그로 인해 받는 모든 평가 역시 내 몫이었다. 그런데 이 책임감이 얼마나 나를 짓누르는 것인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자신을 향한 비난은 점점 더 강해졌고, 매일 “내가 그런 말을 했으니 그 말을 들은 것이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과적으로 가장 나를 억누르고 깎아내린 사람은 바로 나였다. 웃긴 건, 나의 모든 부정적 면을 탓하면서도 긍정적인 결과는 나의 덕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타인의 칭찬이 기쁘긴 했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진 못했고, 결국 그 공은 타인에게 돌렸다. 나는 나의 부정적인 면으로만 자신을 정의했다.
이렇게 고된 삶 속에서도 변화의 노력을 조금씩 해왔다. 실패가 많았지만, 적어도 하나는 얻었다. 나 자신을 모질게 대하는 것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실수를 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되뇌며 실수를 받아들이고 잊어버리려 노력한다. 아직 작은 변화지만, 더 큰 욕심은 없다. 이대로만 가도 좋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더 높은 목표를 가지라고 조언하지만, 나는 지금처럼 내 자리에서 물이 흐르듯 살아가고 싶다. 다만 물이 고여 썩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존재하고 싶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분명 하나의 인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