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은 오색빛이 났고 온 바닥이 매끄러웠으며 청명한 노랫소리와 파도 소리가 온 곳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산 위에서 수풀에 가려진 마을을 보고 감탄했다.
“우와.”
그곳은 소라껍데기로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나는 언덕의 거대한 소라 모양의 집들을 지나갔다. 마을을 지나가자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꼬마야."
"네?"
뒤를 돌아보자 가면을 쓴 여자가 서있었다.
“너는 몸이 왜 그러니?”
그 여자는 얼굴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오색빛으로 얼룩덜룩 빛났다. 그녀는 내 몸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유. 불쌍해라. 너 몸에 곰팡이가 폈구나.”
나는 그녀가 본 내 몸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이거요? 이건 곰팡이가 아니에요. 나무껍질이죠.
내 몸의 일부는 나무이거든요."
그녀는 나에게 흰색 옷을 건네며 말했다.
"자. 이걸 걸쳐. 그럼 너의 곰팡이도 어느 정도는 감출 수 있을 거야."
"어... 이건 곰팡이가 아닌데..."
나는 그녀가 건넨 옷을 받다가 그 여인의 팔에 박힌 커다란 가시를 보았다. 그건 물소에게서 보았던 가시와 똑같은 가시였다.
"어? 이건..."
내가 가시를 발견하자 그녀는 재빨리 천으로 가시를 가렸다.
"지금 당장 뺄 수 없어서 그래."
나는 잠시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혹시 내가 그 가시를 빼면 날 악마라고 부를 건가요?"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내게 물었다.
"너... 가시를 뺄 수 있어?"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이 마을에서도 가시를 빼면 나쁜 존재가 되나요?"
나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그녀는 내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가시를 빼주는데 너를 왜 악마라고 하겠니."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 팔을 잡고 소라 모양의 집으로 데려갔다. 집안에 들어가자 상쾌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곳곳에서는 바닷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 소라 껍데기 안에서 울리는 소리에 매료되어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바다 없이도 파도 소리를 내는 집이라니.
집을 감상하는데 그 여자가 팔을 내밀었다. 나는 물소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팔에 박힌 가시를 잡아보았다. 그러자 아주 작은 섬광이 스치더니 가시가 빠졌다. 하지만 기억이 되돌아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 가시를 빼자 그녀는 한 번 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내 몸을 샅샅이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가시를 뺐는데도 온 몸이 멀쩡하다니."
그녀는 말했다.
"궁전으로 가자. 이 사실을 여왕님이 알면 기뻐하시며 너에게 상을 내리실 거란다."
"상이요?"
"그래."
그녀는 나를 데리고 궁전으로 갔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뿔소라 궁전은 마을의 가장 가운데의 높은 언덕에 자리했다. 궁전에 가까워질수록 마을이 전부 오색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몸도 집도 바닥도 모두 오색빛으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궁전에는 아리따운 망토를 걸친 한 여자가 궁전 안에 앉아 있었다. 궁전 안이 워낙 어둡고 여왕의 망토가 워낙 밝아 오직 여왕의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 궁전에 데리고 온 가면을 쓴 여자가 여왕을 향해 외쳤다.
“여왕님. 이 자가 가시를 빼주었습니다.”
여왕은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저는... 멀리 숲에서 온 엘림이라고 해요.”
“엘림?”
내 소개를 하자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여왕은 턱을 치켜들고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았다.
“신기하군요.”
“같은 이름이군요.
나의 이름도 엘림이에요.
반갑습니다.
저분의 말에 따르면 당신이 가시를 뺐다고 하죠.
그 말이 사실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속에서 가면을 쓴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내게 와서 다리에 박힌 가시를 내밀었다.
"그 가시를 한번 빼보시겠어요?"
나는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 사람의 가시를 빼주었다. 그러자 또다시 어둠 속 어디선가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온 존재야."
"영웅이야. 영웅이 나타났어."
여왕은 그런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당신을 기다려왔어요."
"나를요?"
"당신에게는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줄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혹시 괜찮다면 이 마을에 머물며 우리들의 가시를 빼주시지 않겠어요?
가시만 빼주신다면 원하는 건 뭐든 드릴게요.”
나는 물었다.
“원하는 건 뭐든지요?"
내가 질문에 여왕은 웃었다.
"그럼요. 원하는 건 뭐든 얘기해보세요."
"그럼..."
나는 주저하며 물었다.
"사랑도 줄 수 있나요?”
사실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이었다.
내 말을 들은 여왕은 천천히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망토 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보랏빛 진주 목걸이였다. 그녀는 그 보랏빛 목걸이를 건네며 말했다.
"네..? 하지만 이건 그냥 구슬이잖아요."
"이건 그냥 구슬이 아니에요.
이건 사랑받을 가치랍니다. 이 구슬 목걸이를 걸면 사람들은 모두 당신이 얼마나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나는 여왕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왕은 내 표정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요. 오늘은 우선 축제를 열어야겠군요."
여왕은 내 옆의 여자에게도 구슬 목걸이를 하나 건넸다.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우리 마을의 영웅을 찾았군요."
여자는 활짝 웃더니 구슬 목걸이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날 저녁 온 마을에서 나를 환영하는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마을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와. 목걸이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 당신은 참 아름다운 존재이군요."
"이렇게 멋진 목걸이를 가지다니. 당신은 분명 멋진 사람일 테죠."
마을 사람들은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했다. 목걸이를 찬 내가 아름답다고 칭찬해주었고 지금까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관심을 주었다. 그건 마치 나무가 꽃에게 주는 관심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마치
그 순간
내가 꽃이 된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주는 관심을 받고, 함께 시간을 보내니 그동안 가슴속을 쓰리게 만들던 공허함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제야 여왕이 한 말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 구슬이야말로 내가 찾던 그 사랑이었구나.
난 지금까지 이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이제껏 그렇게도 힘쓰고 아파왔던 거야.
나는 여왕이 선물한 집에 누워 온 집안에 한가득 울려 퍼지는 파도의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새가 말한 고요의 파도가 바로 이런 느낌일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에
당신이 바라는 사랑의 형태는 어떤 형태인가요?
그게 어떤 형태이던
당신이 원하는 사랑의 형태가 당신 곁에 가득하길 바라요
자. 이제 앞으로 엘림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어른이의 그림동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5막 - 구슬 마을(1)
- 끝 -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지켜봐 주시고 꾸준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글에 대해 설명하는 짧은 쪽지를 남깁니다.
처음 이 글을 올릴 때는 작업 기간이 5년을 시간을 넘어가서 점점 처지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기분을 밀쳐내고자 무작정 올렸니다. 이 이야기의 글은 모두 끝난 상태였지만 그려야 할 그림이 많이 남은 상태였고, 후반부의 그림은 많이 부족한(사실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야기를 올리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한듯합니다. 올리는 속도가 더디고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엘림이 이야기를 전부 올리겠습니다.
느리게 올리고 부족한 그림과 글솜씨에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