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의 그림동화 8편

제4 막 - 이 어둠도 당신과 함께라면 (2)

by 모다


숨을 들이켜자 밝고 아름다운 향기가 폐 속 가득 채워졌다.


'만약 별들에게 향기가 난다면 바로 이런 걸 거야.'


“어떻게 강에서 숨을 쉴 수가 있죠?”

“이 강은 시간의 강이에요. 이 세계의 존재는 모두 이 강과 연결되어 있죠. 다만 새들과 몇몇 이들만 그 사실을 알 뿐이에요.”


“당신은 줄곳 이 강 속에서 지내왔나요?”

“네. 이 강은 나의 집이 되어주었어요. 두려워 피했던 마음을 마주하게 도와주었죠.”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컴컴했다. 우리가 만났던 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없이 어두운 어둠만이 드넓게 뻗쳐져 있었다. 어둠 사이사이로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새들이 보였다. 멀리 나는 새들은 마치 떨어지는 별똥별 같기도 은하수 같기도 했다.




“당신은 이 어둠이 외롭지 않아요? 만약 내가 이 강을 홀로 날아 다닌다면 나는 분명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예요. 이 어둠은 마치 내가 떠돌던 나무속 같아요. 외롭고 괴로운 소외된 기분일 거예요.”

너는 악마야. 외치던 그 소리는 자꾸만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어둠 속에 둥둥 떠다니자 자꾸만 그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팠다.


“외로울 때도 있죠. 하지만 외로움은 바람이에요. 바람에 내 두 팔을 펼쳐 날 다 스쳐 지나가길 기다리면 다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고요함이 머물러요. 바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가면 한순간 마음이 알아요.


아. 나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나의 집, 나의 자신에게로 되돌아왔구나.

그건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해도 되는 편안하고 풍족한 기분이에요. 그 고요함을 알게 된 후 외로움은 거대한 슬픔이 아닌 그저 바람이 되어버렸죠.”


”아. 나는 당신이 부러워요. 난 외로움이 싫어요. 그만 괴롭고 싶어요. 나도 그런 편안함과 풍족함을 느끼고 싶어요. 하지만 아마 난 그런 마음을 느낄 수는 없을 거예요. 내 가슴이 텅 비어버려서 그냥 고통받아야만 하는지도 몰라요.”

“처음부터 그래야만 한다는 건 없어요.


나에게도 그런 공허함이 있었어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가 않아 나는 그 마음을 피해 도망쳤어요. 하지만 언젠가 나의 마음을 마주 보게 되었을 때 알게 되었어요. 두려움이 날 해치지 않는다는 걸요.


그러니 당신도 마주 보아요. 외로움도 두려움도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그 속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빛이 존재해요.


나도 나의 마음에 친절해지고 나서야 이 어둠이 내게 주는 것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자유.






그렇게 이 어둠은 새들의 집이 되어주었죠.


“나는 두려워요. 내가 사랑받지 못할 존재일까 봐 두려워요. 중요한 존재가 아닐까 봐 무서워요.”


“두려움을 너그럽게 대해줘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가 직접 선택하고 허락할 수 있어요. 당신이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줘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어떻게 우리가 직접 우리의 존재를 결정할 수 있나요? 나무들은 내가 악마일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내가 누군지 나무들도 물소도 믿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내가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이 바로 그 이유라면 난 그냥 마주하지 않을래요."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이해해요?”


“나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조차 내가 누군지를 몰랐다.


“실은 나무들도 물소도 당신을 모르는 거예요. 모르기에 그저 두려웠던 거겠죠. 두려움을 밀어낼수록 세상은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좁고 편협한 공간으로 변해버릴 거예요. 싫다는 마음이 들 때 정말 싫어서 싫은 게 아닐지도 몰라요. 그저 몰라서 두려워서 외면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죠. 그 마음이 싫다는 사실이 착각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선 마주 봐야 해요.


몰라서 두려운 걸 싫다고 정의 해버지 말아요 우리. 알아보려는 시도를 멈추지는 말아요. 대신 탐구하기로 해요.

외로움도, 나라는 미지의 존재도, 세상도.


모르기에 두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마주 보아야 해요. 그동안 도망쳐왔던 두려움을 마주 보아야 해요.”


“당신 말대로 난 마주 보기가 두려웠어요. 지금도 나는 두려워요. 시간이 지났는데도 결국 알게 된 건 내가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뿐일까 봐 난 너무 두려워요. 당신과 같은 용기를 가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두려움에게 친절해져도 괜찮아요.

두려움을 마주하는 일도, 그런 마음들에게 친절해지는 일도 결국은 우리의 선택인 거예요. 너그럽게 말해줘도 괜찮아요.


아 너는 슬프구나. 외롭구나. 이해받고 싶구나.

나는 너를 이해해.

괜찮아.

그 두렵고 슬픈 마음은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더 아픈 거야. 하지만 누군가가 너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진짜 네가 아니야. 그들의 생각과 너의 두려움과는 별개로 넌 아름다운 존재야.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순간 당신은 알게 될 거예요. 외로움이 당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요.

우리는 죽는 날까지 자신에 대해 배워가게 될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 당신이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실을 허락해요.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에요."


나는 알았다. 내가 나무속에서 느꼈던 그 외로움은 새가 말한 외로움과는 다른 외로움이었음을. 그는 자신이 선택해서 혼자가 되었지만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내가 택한 게 아니었다. 그건 소외감이었다.


나무들이 나를 소중한 존재로 대하지 않아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무들의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착각했다. 그들이 보는 나의 모습을 진짜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그 모습은 내가 아니었음에도 그들의 말로 내가 어떤 존재인지 결정하고 나 자신을 외면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그저 몰랐던 거다.


“내 마음에도 언젠가 당신에게 그랬듯 고요가 파도치는 날이 올까요?”


새는 미소 지었다.

“그럼요."





나는 용기를 내 그에게 물었다. 나는 깃털을 꼭 붙잡았다.


“그런데...”



나는 한참을 고민하며 깃털을 꼭 쥐고 어둠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





나는 당신이 좋아하는 꽃밭에 나를 묻을 만큼 슬펐다. 당신이 그리웠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당신이 왜 내게 아무런 말 없이 떠나야만 했는지.


새는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을 만났을 때 내의 발에 가시가 잔뜩 박혀 있었어요.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었어요. 가뜩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당신에게 나의 짐을 덜 수는 없었어요. 그 고통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나는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이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언젠가 내 등에 날개가 돋았을 때 난 단 일분도 날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어요. 나는 날아야 했어요. 그래도 당신에게는 말했어요 했어요. 말했어야 했는데...


아무 말 없이 떠나서 미안해요... 용서해달라고 하면 욕심이겠죠.”


나는 새의 부드러운 깃털을 쓰다듬었다.


“당신을 다시 만난 그 순간 난 이미 당신을 용서했어요.”


새는 눈물을 흘렸다.


“나도 당신이 그리웠어요. 언젠가 우리가 심은 소망이 자라 나무가 된 걸 보았어요. 그 나무는 내게 당신이 잠들었다고 했죠.”

“아. 그건 호두나무예요. 오래전에 나는 당신이 그리워 노란 꽃밭에 나를 묻었거든요. 그때 나무가 나를 덮고 자라 지금까지 나를 지켜줬어요. 우리의 소망이 나를 지켜주었죠. 당신은 아직도 노란 꽃을 좋아하나요?”

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내가 지내던 나무와 숲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숲에서 느꼈던 소외감과 외로움을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에게 이 강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얼마 가지 않아 물가가 보였다. 우리는 수면 위로 날아올라 달빛으로 뒤덮인 강가로 내려앉았다.

"가지 말아요."

나는 그를 붙잡았다.

“나와 함께 있어요.”

나는 새를 꼭 끌어안았다.


새는 대답이 없었다.


"나와 함께 가요."


새의 따스한 온기만이 느껴졌다. 나는 한참을 그를 끌어 안던 팔을 풀었다. 새의 뺨을 쓰다듬었다.


사실은 알고 있다. 당신은 새고, 새는 날아야 한다는 걸.


“잘 가요.


날 보러 와줘서 고마웠어요.”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새는 말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죠.


여전히 보이지 않는 어디에선가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할 거예요.


분주함과의 경쟁에 빠지지 말아요.

당신의 마음에 고요를 허락해요.


당신이 그토록 마주하고자 했던 일을 마주하기를 바라요.”


마지막 이별을 뒤로한 채 새는 날았다. 저 멀리. 깊고 어두운 강물 속으로.


강물 위로 별들이 떠다녔다. 나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마주하고자 했던 일이라…”


별들이 총총 빛났다.


나는 하늘을 보며 그를 떠올리다가 중얼거렸다.



“나도 언젠가 당신처럼 마음에 고요를 허락하는 이가 될게요.”





촉박하지 않은

우리의 속도로

날개를 펼쳐

가기로 해요~


어른이의 그림동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4막 - 이 어둠도 당신과 함께라면 (2)

- 끝 -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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