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의 그림동화 7편

제4 막 - 이 어둠도 당신과 함께라면 (1)

by 모다


나는 한참을 달렸다. 밤에는 울다 지쳐 잠에 들고, 아침이 되면 발이 부르틀 때까지 걷고 걸었다. 울다 지쳐, 걷다지쳐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았다.


이제는 울 힘도, 걸을 힘도 없었다. 텅 빈 바닥에 덩그러니 누워 본 하늘은 별들로 가득 수놓아져 있었다.


문득 이제까지 한번도 제대로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가만히 빛나는 별들을 보았다. 옅게 찢어진 구름이 드넓게 별 위를 스쳐 지나갔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하늘이 내게 말을 거는 듯 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하듯

하늘이

말을 거는 듯했다.


몰랐다.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여름 날의 밤 하늘이 천천히 가슴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렇게 누워서 하늘을 본지가 대체 언제였더라…”



나는 이 날 처음으로 울지 않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 나는 개울을 찾았다. 개울을 따라 걸으면서 어쩌면 세상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 멀리 개울에서 떠내려 오는 게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오리였던 것 처럼. 이 세상을 멀리서 보기만 하고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돌아다니면서 그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점차 꽃을 피우는 일 말고도 좋아하는 다른 일들을 찾게 되었다.


태양이 높게 뜬 잔디에 누워 산뜻한 바람을 맞는 일.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부드러운 흙이 등에 닿는 감촉을 느끼는 일.


나뭇잎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듣는 일.


나는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다짐했다.




“이제는 절대 잊지 말아야지.”



다짐했음에도 나는


외로움에 잠겨, 슬픔에 잠겨


며칠간 울며 걷기를 반복했다.


슬픔이 나를 다 거치고 지나갈 때까지


걷고 걷다가


나는 생각했다.


이 외로움과 슬픔만 사라진다면 모든 게 완벽할 거라고.



그렇게 얼마간을 걸었을까.



나는 호두나무가 말한 시간의 강에 도착했다. 강 위로 노을빛이 아름답게 담겼다. 나는 강가의 돌무더기에 앉아 강물 위로 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아. 아름다워라."



강을 보는데 커다란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나는 놀라서 미끄러질 뻔하다가 간신히 젖은 바위를 부여잡았다.


하늘로 높게 치솟은 물줄기 사이로


검은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새.

그건 한 마리의 붉은 새였다.



새는 날개를 펄럭이며 내 옆에 앉았다.

“물에서 새가 나오다니.”

새는 내 중얼거림을 듣고 대꾸했다.

“여긴 꿈 속의 세계예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죠.”


잠깐.


나는 가까이 앉은 새를 멀찍이 건너다 보았다.


이 눈빛.


이 향기.


빛처럼 스쳐간 기억이 머리를 울렸다.








"당신은...


새가 되었군요."




새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새는 말했다.

"당신을 데리러 왔어요. 당신이 늘 가고 싶어했던 곳으로 당신을 데려가 줄게요. 이제는 그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어요."

나는 새의 목에 손을 올렸다.

"마무리요...?"

깃털이 부드럽게 내 손을 스쳤다.


"난 기억도 잃고, 길도 잃었어요. 당신을 만난 건 기억이 나지만... 난 내가 뭘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는걸요? 그렇다고 알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요..."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기억을 잃어도 마음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요. 강과 내가 당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요."


"내 마음이 향하는 곳... "


"자. 나와 함께 날아요.”


새는 머리를 숙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새의 등 위로 올라갔다. 새의 몸이 뜨거웠다. 깃털은 부드럽게 다리를 스쳤다.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새는 느닷없이 두 팔을 접었다.


"어...?"


우리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강물 속으로 떨어지는 새를 꼭 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런 소리도 빛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요했다.


새는 숨을 참은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나는 물 속에서 숨을 한껏 들이켜보았다.


"어..?"










엘림이의 마음이 향하는 곳

그 곳을 향해


어른이의 그림동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4막 - 이 어둠도 당신과 함께라면 (1)

- 끝 -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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