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온 숲을 뒤덮었어.
때는 아주 오래전, 세상 곳곳에 마음이 뭉개진 악마가 살았다. 이 괴담은 그 중 한 악마에 대한 괴담이었다.
그 악마는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의 마음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악마는 그들의 빛나는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악마는 늘 궁리했다.
"어떻게 해야 저 빛나는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악마는 빛나는 마음을 빼앗을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악마는 기뻐서 춤을 췄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악마는 슬그머니 그들의 침실을 찾아갔다. 그날, 여기저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악마는 아름다운 이들의 마음에서 도려낸 빛나는 심장을 움켜쥐며 궁리했다.
"아. 행복해라~ 그런데 이 마음을 어디로 가지고 갈까?
어디로 가져가야 아무도 이 빛나는 마음을 보지 못할까?"
악마는 머리를 굴리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깊고 깊은 꿈속의 숲이 있는데, 그 숲에서 길을 잃으면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악마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래! 그 숲으로 가자! 그 숲에 숨으면 아무도 이 빛나는 마음을 탐내지 못하겠지!”
악마는 그 숲으로 향했다. 빛나는 길을 따라 꿈 속으로 들어가는 악마를 본 꿈은 몹시 분노했다. 그동안 꿈은 잠든 이들을 통해 악마가 한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꿈은 악마가 가는 길에 몰래 낭떠러지를 만들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악마는 낭떠러지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만 발을 헛디뎌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악마는 두 손에 쥔 마음을 놓치고, 악마의 가슴에서도 일그러진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 심장은 땅에 닿자마자 가시로 변해서 온 숲과 꿈을 뒤덮으며 자랐다.
꿈속에 사는 수많은 이들이 빛나는 마음을 구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무도 빛나는 마음을 구해내지 못하고 오히려 가시에게 사랑과 생명을 서서히 빼앗겼다. 그렇게 가시를 빼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끝없는 집착과 두려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소는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며 괴담의 이야기를 끝마치고는 말했다.
나무들은 겁을 먹어서 움츠러들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내가 가시나무에서 나온 건 맞아. 하지만 난 악마가 아니야!”
나무들이 수근덕거렸다.
“정체가 탄로 났다.
정체가 탄로 났어.
엘림이 악마다.
엘림이 악마였어.”
나는 나무들에게 되물었다.
“정말 내가 악마라고 생각해?”
나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꽃을 많이 피운 나무에게 물었다. 함께 꽃을 피운 나무 중에서도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나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나무에게서 꽃향기가 났다.
나는 물었다.
“정말 내가 악마라고 생각해?”
나무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
순간 눈앞이 컴컴해졌다. 넋을 놓고 뒷걸음질을 치자 물소가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나는 달렸다. 꽃밭으로 달려가자 물소도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물소는 꽃밭 앞에서 울음소리를 내며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달렸다. 호두나무를 향해 달렸다.
“호두나무야.”
호두나무는 나를 안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안다는 듯이 가지를 굽혀 힘껏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호두나무의 품은 부드럽고 따듯해서 눈물이 났다.
“떠나 엘림아. 가서 너의 삶을 찾아.네가 누구일지 정하는 선택권은 언제나 너 자신에게 달려있어. 그 사실을 잊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밀려오는 슬픔 때문에 호두나무의 말이 내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꾸만 모든 것들이 내 바깥으로 밀려났다. 나는 호두나무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동안 나의 집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내 가슴에 심은 작은 씨앗이었던 네가 이렇게 굳건하게 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호두나무의 목소리도 어쩐지 슬프게 들렸다.
“나야 말로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네가 나의 집이 되어주어서
난 정말 행복했어."
내가 팔을 풀자 호두나무는 황급히 나를 잡았다.
“엘림아. 강가로 가.
개울가를 따라가면 시간의 강이 나올거야.
그 강에가면 그를 만날 수 있어.
거기에서 그가 널 기다리겠다고 했어.
언젠가 그가 내게로 찾아왔었어.
나무 밖으로 나오면 꼭
강으로 와달라고 했어.”
호두나무는 말을 마치고 나를 놓으며 말했다.
"나는 네가… 많이 그리울 거야.”
“나도 네가 많이 그리울 거야.”
나는 호두나무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어서 숲을 벗어나 달렸다. 웅성이는 소리도 울음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을 때 쯔음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숲이 저 멀리 자그맣게 보였다.
쓸쓸했다.
그동안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꽃을 피우던 순간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나는 홀로 숲과 조용히 작별했다.
“잘 있어. 숲아.”
“잘 있어. 나무들아.”
나는 달렸다. 멀어진 숲도, 밤공기도, 이 쓸쓸한 기분도 모두 사라질 때까지.
나는 달리고 달렸다.
"엘림이 정말 악마인 걸까요?"
모두가 나를 비난할 때
영혼 깊숙이 '나'라는 존재를 믿어주는 이가 있으신가요?
그는 누구인가요?
만약 없다면, 누가 '나'라는 존재를 믿어주어야 할까요.
어른이의 그림동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3막 - 기억(2)
- 끝 -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