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의 그림동화 5편

제3 막 - 기억 (1)

by 모다


태양이 막 잠에 들 때, 규칙적인 소리가 땅을 울렸다.

“달그닥

달그닥

달그닥

달그닥”


“무언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어.”


숲에서 지내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발굽 소리에 나무들은 소리를 죽였다. 벌레들까지도 조용해졌다. 정체 모를 소리는 가까워졌다. 불쾌한 웃음소리가 숲 속에 퍼졌다.


"낄낄낄

낄낄낄"






나무 틈새를 내다보니 노을빛 사이로 물소 한 마리가 요란한 말발굽 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물소 뒤에 하이에나 세 마리가 낄낄거리며 뒤쫓고 있었다. 나는 하이에나를 발견하고 곧장 나무들에게 부탁했다.


“나무야. 부탁이야! 저 물소를 구해줘!”


나무들은 물소가 지나쳐가는 때에 맞춰 가지를 내렸다. 하이에나는 낄낄대다가 갑자기 내려온 가지에 놀라 멈추었다.

“낄낄. 이게 무슨 일이야. 낄낄.”


가지 속에 숨은 물소가 바들바들 떨었다. 하이에나는 가지 앞을 어슬렁거렸다. 나무들은 하이에나 떼가 사라지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나무들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하이에나는 한참을 배회하다가 웃음소리를 내며 숲을 떠났다.

“낄낄. 이게 뭐야.

낄낄낄. 다 잡은 먹이였는데!





하이에나들이 떠난 뒤 나무 한 그루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지를 거뒀다.

“으아악! 가시다! 물소 엉덩이에 가시가 자랐다!


나무들은 그 소리에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며 가지를 올렸다. 나무들이 정신없이 피하고 서로 부딪치느라 잔가지들이 부서지며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 괴담 속의 가시야! 피해! 어서 피해!”


자세히 내다보았지만 물소의 엉덩이 어디에서도 가시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작은 나무 틈새를 열심히 내다보다가 물소의 엉덩이에 박힌 커다란 가시를 보았다. 그 가시를 본 순간 나 손이 홀린 듯 나무 밖으로 빠져나갔다. 내 손이 가시를 덥석 잡았다. 물소는 고통을 참지 못하며 몸부림쳤다. 물소가 뒷다리로 나무를 걷어차자 굉음과 함께 내 몸이 나무 밖으로 튕겨나갔다.


"뻥!"


그 순간, 머릿속에 작은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가시나무 숲에서 나올 때

내 가슴은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망토로 가슴을 가리고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대가 나를 발견하고

비어있는 내 심장에 흙을 담아주었다.





내 가슴에 흙이 차고

나는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대가 내게 말했다.

“네 마음에 씨앗을 심어줄게.”





나는 너로 인해 사랑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너는 내게 씨앗을 심어주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붉은 깃털 하나만 남기고.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그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란 꽃이 핀 꽃밭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누워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흙이 나를 덮고



내 가슴에서 새싹이 자랐다.





































“그 새싹이… 너구나."






나는 꽃밭 앞에 망연히 앉아 멀리 자란 호두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네가 나를 지켜준 거구나. 네가 나의 집이 되어준 거구나.”


멍하니 호두나무를 바라보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이런 일이! 이런 일이!

그 괴담의 존재가 실제로 살아 있었다니!

이 숲에 숨어 있었다니!"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물소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내가 멍하니 물소를 바라만보자 물소가 물었다.


“설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해?”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물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내가 다시


기억하게 해 줄게."


물소는 이야기했다.

바로 그 괴담. 괴담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연 그 괴담의 정체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3 막 - 기억 (1)

-끝-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