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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한 Apr 22. 2022

이혼, 당신은 모르는 이야기.

 겪지 말아야 하지만, 알아야 하는 이야기

돌싱이 요 근래 방송가에서 꽤 핫한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평범한 소재로는 이목을 끌 수 없는 방송 고유의 특성상 돌싱은 좋은 소재임은 분명 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탐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 좋은 효과를 기대했었나 보다. 이혼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주기를.

그러나 지금 내 눈엔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저러니 돌아왔지"가 절로 나오는 아재들의 이야기나, 돌싱이라는 딱지를 떼고 보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커플 매칭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하루는 강남역 부근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남역 치고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좌석 간 간격도 좁았기에 옆 테이블의 이야기를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음에도 귓구멍으로 자꾸 들어왔다.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썸 내지 소개팅 애프터? 3번째? 정도의 선남선녀였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류의 대화였다. 



남: "주말엔 보통 뭐하세요?"


여: "티비보기도 하고 책도 보고 그래요. 요즘엔 [돌싱글즈] 재밌던데요"

(돌싱 아니랄까 봐 돌싱글즈를 언급할 때부터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남: "아 그러시군요. 전 보통 운동하고 시간 보내요" 

(키도 크고 누가 봐도 운동 열심히 하는 20대 남자였다)


여: "돌싱이나 이혼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서부터 집중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지)


남: "전 별로 좋게 안 봐요. 일단 포기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 뭐 그건 맞지)


문제는 그 뒤였다. 책임감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면 안 되는 게 아니냐, 온갖 비난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듣고 있는데 정신이 몽롱해질 지경이었다. 특히나 돌싱인 나로서는 마치 나에 대한 비난같이 들렸다. 덕분에 그 뒤의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 듣고 난 여자는 딱 한마디를 하고 화제를 돌렸다.

여: "아 네, 근데 저희 사촌언니가 이혼했는데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일단 남자도 참 안타까웠다. 잘 보이고 싶었을 텐데....

저 이야기가 끝날 무렵, 난 짐을 싸고 일어나면서 남자가 날 인지하게 한 후에 쓴웃음을 지어주었다.

그 돌싱이 바로 나란 뜻이 전달되었으려나.


남자의 말이 들어맞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혼 커플도 그 못지않게 많다.

어느 한쪽이 감당할 수 없는 사고를 쳤을 수도, 둘이서 엄청난 노력을 했음에도 극복하지 못하고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건 깨달았을 수도, 혼자 사는 게 차라리 나은 지옥에 살았을 수도, 너무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가 이혼이라는 주제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단정적으로 판단해버리곤 한다.

"그 정도는 누구나 겪는 거라고"

그걸 못 참고 이혼을 꺼내냐고. 

나 역시 전 장인 장모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당신들은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면서.

결국엔 내가 내민 한두 가지 증거만으로 꼬리를 내리시기는 했지만.


와 같은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겪는 수준이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당신이 겪어보지 못한 불행을 내가 겪었고, 당신은 낼 수 없었을지도 모를 용기를 내가 낸 거라고.

.

.

.

아, 물론 잘잘못의 문제는 또 다른 영역이다. 나 역시 결혼부터 시작해서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나의 행동이나 결정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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