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중앙역 (Copenhagen Central Station)
덴마크 첫날 계획은 ‘레고랜드’였다. 3시간가량 떨어진 ‘빌룬드’(Billund)라는 소도시까지 가야 했다. 경유 포함 15시간 이상 비행 후, 밤 12시 넘어 호텔에 도착한 후 아침 7:34분 기차 탑승. 엄청 빡센 계획이었지만 첫날이라 시차 때문에 일찍 기상할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한국에서 빌룬드로 바로 가는 것도 알아보았으나 항공편은 비싸도 너무 비쌌다. 레고호텔은 철저히 가족 위주라 다인실뿐이었고, 1박에 50만원이 넘어 포기. 결국 왕복 6시간의 레고랜드 당일치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사실 일정을 짜면서 레고 덕후도 아닌 내가 굳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스럽게 레고랜드를 가야 하는지 고민도 했다. 국내 후기들을 봐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친한 언니에게 물어보니 “여기저기 다 레고랜드를 왜 덴마크까지 가서 가려고? 어디나 다 똑같대.”라는 반응. 흠. 그건 그렇데 다른 나라엔 있는도 어차피 대한민국에는 (아직) 없고, 정작 나는 가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레고와 자랐고, 완구회사를 다니며 레고 로망이 더 커졌으며, ‘레고무비’까지 감명 깊게 보았는데 레고의 나라에서 레고랜드를 가야 할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레고랜드는 대만족이었다. 그러나 싱글 여행자들에게는 레고 덕후가 아니라면 비추. 장점은 대도시 위주의 여행에서 덴마크의 소도시를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쿨내만 넘칠 것 같은 북유럽 사람들이 우는 아이들과 찡찡대는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파크 영업시간이 아침 10시부터 밤 9시까지여서 나는 오전 11시 전에 도착해 저녁 9시 기차를 타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기차 왕복 티켓과 레고랜드 티켓은 모두 온라인으로 결제 및 출력이 가능하다. 온라인 구매를 강력 추천하는 게 성수기에는 아주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에서 바일레(Vejle)까지의 왕복 기차 티켓은 DSB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 (좌석 지정 가능) 하다. 북유럽은 한국만큼이나 와이파이가 빠르고 온라인이 잘 되어있다. 거의 모든 웹사이트, 아주 작은 식당이나 가게조차, 영문사이트가 있다. 혹시 없더라도 영어-덴마크어 구글 번역이 큰 도움이 되었다. 미리 티켓을 출력하면 승무원이 탑승 시 바코드를 스캔한다. (*지금쯤은 앱으로 대체되어 있길 바란다.) 가격은 바일레까지 381 DKK, 코펜하겐으로 돌아오는 편이 317 DKK로 총 123,500원가량 들었다. 레고랜드 티켓 역시 레고랜드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미리 살수록 싼 옵션도 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는 운영시간도 티켓 가격도 다른데 성수기 가격은 인당 379 DKK(67,000원)이었다. 역시나 물가는 좀 사악하지만 이용해 보면 기간시설이나 서비스가 확실해서 그 값어치는 한다는 느낌이었다.
여독에도 불구 기상에 성공하여 아침 7시쯤 호텔을 나섰다. 날씨는 청명했지만 중앙역까지 가는 길은 내가 기대했던 북유럽의 모습은 아니었다. 황량 그 자체? 테트리스 빌딩을 연상시키는 호텔에서 묶어서 그런지 러시아 같기도 했다. 떠나는 날까지 그 길은 내내 그랬다. 위험하진 않지만 원체 인적 드문 길. 티볼리 호텔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테헤란로만큼이나 넓고 긴 길이라 걸어도 걸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거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각 빌딩들 앞의 엄청난 수의 자전거들이었다. 서울의 지하철역 앞에 듬성듬성 있는 자전거와는 스케일이 달랐다. 사실 전날 밤 공항에서 들어오는 택시 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어둠 속에서 질주하는 라이더들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한 길 한복판에서 나는 아무 자전거에나 뛰어오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마지막 날 자전거를 렌트하여 미끄러지듯 그 길을 질주했을 땐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코펜하겐 중앙역 메인 입구 앞 가장 좋은 위치에 조앤 더 주스(Joe & the Juice)가 있었다. 아침을 거른 나는 그린스무디를 테익 아웃했다. 유명 주스 카페라 덴마크에세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기차 시간에 쫓겨 찬찬히 살펴볼 새도 없이 플랫폼으로 향해야 했다. 급히 매장 사진만 찍고 기차에서 사진을 보는데… 허걱! 직원이 너!무!나! 잘 생겼다. 조앤 더 주스 하면 북유럽 훈남들이 문신 가득한 근육질 팔로 주스를 뽑아주는 이미지 아닌가? 정작 실물은 못 보고 사진만 봐야 하는 게 안타까웠다. 조앤 더 주스는 유럽 곳곳에 있고 아직 여행 첫날이니 실망할 필요는 없겠지? (그 이후로 그런 남자 못 봤음.)
기차는 북유럽답게 매우 깔끔했다. 여행기간 느낀 건 북유럽 사람들이 일본인들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샤이하고 조용했으며 민폐를 매우 꺼렸다. 따라서 아침 7시 34분 기차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잠시 자기도 하고 바깥 풍경도 보면서 2시간 반을 달려 바일레에 도착하였다. 유럽 내 이동시 나는 전적으로 구글맵(Google Maps)에 의존한다. 국내에서는 그다지이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요긴하다. 몇 년 전 스위스에 갔을 때 비좁아 보이는 골목까지 세세하게 표시된 것을 보고 완전 신뢰하게 되었다. 북유럽에서도 구글맵은 물 흐르듯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원하는 출발 날짜와 시간을 입력하여 미리 예상 루트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고 특히 원하는 도착시간을 입력해서 호텔에서 출발시간을 역산할 수 있어 너무 편리했다. (PPL 절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