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꽃

by 정재경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해골 조형물이 건물처럼 쌓여있는 론 뮤익의 전시를 보았다. 결국 피부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흰색 저 물체일 것이다. 왼쪽 옆에 서 후드티를 입고 있는 아이돌 같은 남성도, 보글보글 머리에 갈색 재킷을 입은 중년 여성도, 나도 큰 차이를 알 수 없는 비슷비슷한 흰 뼈가 될 것이다. 그 전시실에서는 기계적으로 사진을 남겼다.


다른 전시실로 이동했을 때, 상을 쌓아 올린 탑을 만났다. 상은 손길이 닿아 반들반들해지고, 구석은 조금씩 깨졌다. 상 위엔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릇이 있었다. 그릇의 가장자리의 금박은 희미했고, 호박무늬도 벗겨지고 스크래치가 있었다.


작품을 보는 순간 그릇을 사용하는 할머니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쪽진 머리에 구부정한 허리, 거친 손으로 상위에 반찬을 올렸다. 그 옆엔 거드는 며느리의 물에 젖은 손이 한데 보였다. 그릇을 사용하던 사람의 과거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따뜻한 파도 속에 몸을 담근 것처럼 다정한 물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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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쓰는 사람. 식물 200개와 동거하며 얻은 삶의 철학을 7권의 책으로 썼어요. 식물인문학 기반 웰니스 센터 초록생활연구소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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