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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토 Jul 22. 2021

얼떨결에 비건

겉절이

가끔은 얼떨결에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얼떨결에 아이가 생겼고 얼떨결에 부엌에 들어가 산후조리 요리를 하다가 얼떨결에 책까지 냈다. 참으로 얼떨떨하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 한결같은지 베지테리언이 된 것도 얼떨결이었다.


책 <아내를 위한 식탁>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여러분은 그 에피소드를 8월에 보게 되겠지만) 아내 맛탕이 출산 후 호르몬 이상으로 한동안 몸이 아팠다. 한포진과 갑상선 저하증이 함께 오면서 우리 가정은 위기에 처했다. 당시 마꼬는 5개월밖에 안 된 영아였고 부모의 돌봄이 절실했기에 나는 계획했던 6개월 간의 육아휴직을 1년으로 연장했다. 이번에도 얼떨결에.


아내는 양방과 한방 치료를 동시에 받았다. 한의원에서 고기와 유제품이 현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해서 먹지 않기를 권했고, 아내는 절박한 마음으로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5개월 아이도 돌봐야 했지만 아내도 돌봐야 했다. 아내가 나을 수 있도록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야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채식이라…


평소에 채식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나는 아내에게 한동안 샐러드와 삶은 감자, 고구마만 주구장창 줬다. 몇 날 며칠 고구마에 김치만 먹는 아내가 안쓰러워 한번은 배추 겉절이를 했다. 우선 듬성듬성 잘라낸 배추를 소금으로 30분 동안 절였다. 그동안 양념을 만들었다. 다시마물, 고춧가루, 매실액,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찬밥을 믹서기에 갈아서 만든 양념장을 절인 배추에 버무렸다. 겉절이는 며칠 익힌 것도 맛있지만 배추의 달콤함과 양념의 생경함이 생생히 느껴지는 첫날이 또 별미 아닐까.


“어때?”

“난 괜찮은데. 토토는 고기 먹어도 되잖아.”

“응. 난 먹어도 되지.”

“근데 왜 안 먹어?”


나는 모르겠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먹어.”


겉절이에 삶은 고구마만 먹고 있는 아내의 말이 참으로 앙상하게 들렸다. 나는 실제로 얼마 전부터 평양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참고 있었다. 아내가 신경 쓰지 말고 먹으라고 하자 잠시 고민이 되기도 했다.


“때가 되면 다시 먹겠지.”

“무슨 때인데?”

“모르겠어.”


나는 다시 모르겠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어쨌건 나는 아내를 따라 채식에 동참하게 됐다. 정확히는 페스코였지만 웬만하면 비건으로 식탁을 차리려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나는 비건이 되었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멸치앳젓 대신 다시마 물을 넣어서 맛을 대신하는 건데요. 다시마 물을 양념장에 사용하실 때는 꼭 식혀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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