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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랜덤이에요

그러니 우리는 조금은 겸손하게, 감사하게 살도록 해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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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이라고 하죠? 다섯 명이 하는 실내 축구요. 밥을 먹으면서 태국 뉴스를 보고 있는데, 풋살 경기를 보여 주더라고요. 한 친구가 공을 잡았는데, 세 명이 달라붙어요. 그리고 넘어져요. 뉴스 시간에 왜 운동 경기를 보여 주지? 스포츠 뉴스도 아닌데요. 넘어진 친구가 죽었다는 거예요. 느린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넘어질 때 정수리가 먼저 땅에 닿으면서 목이 꺾였더군요. 즉사를 해요. 경기장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학생 같아 보이던데, 순식간에 삶의 세계에서 죽음의 세계로 떠나고 말았어요.


태국은 길거리 노점이 많잖아요. 졸음운전을 했는지, 쌀 국숫집을 들이받더군요. 쌀국수 먹던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져서 구급차를 기다려요. 이것도 태국 뉴스에서 본 거예요. 국수를 먹다가 그런 봉변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꽤 유명한 여배우가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어요. 새벽에 도로 갓길에 세워진 차를 받아 버린 거예요. 하필 경찰이 순찰을 돌다가 그 시간에 차에서 자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경찰은 또 유명을 달리해요.


죽음을 예측할 수 없으니, 우린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아야 해요. 자기 목숨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911 테러 다들 기억하시죠? 비행기가 뉴욕 세계 무역 센터로 그대로 돌진하면서 승객 전원이 사망하죠. 그때 한 아이 엄마는 공항에서 아이를 잃어버려요. 그 아이를 찾느라 공항을 헤매다가 비행기를 놓치고 말죠. 비행기를 놓쳤을 때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요? 하지만 그땐 몰랐죠. 그 비행기에 탄 승객이 전원 사망하게 된다는 걸요.


예전에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수학여행 버스가 전복돼서 몇 번을 굴렀대요. 딱 한 명만 안전벨트를 맸는데, 그 친구만 허리가 나갔대요. 나머지는 노래하고, 노느라 버스랑 함께 굴렀대요. 부딪히면서 여기저기 찰과상이야 입었지만, 가장 큰 타격은 안전벨트 맨 친구였다네요. 대롱대롱 매달려서 허리에 무리가 간 거죠.


무슨 수로 우리가 죽음을 요령껏 비켜 가겠어요. 불행도, 행운도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죠. 그때가 오면 받아들이는 게 가장 지혜로운 거겠죠. 적어도 그런 순간이 내일일 수도 있다며 사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사사로운 고민들을 가볍게 해주기도 하고요. 천수를 누리고 싶은 게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지만, 허락은 인간의 몫이 아니니까요. 삶과 죽음이 전체 집합이죠. 나머지는 다 부분집합이에요. 부분집합에 목숨을 거는 건, 그래서 안 하려고요. 살아 있을 땐 삶에, 죽음이 다가오면 죽음에 집중할 수 있어야죠. 그게 용기고, 지혜죠. 나머지는 사이사이의 과정일 뿐이니, 의미 부여도 정도껏 하려고요.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되려 자유로워요. 지금은 숨이 붙어 있다는 거에 감사하려고요. 소중한 밤입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각성하고 사시나요? 저는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우리는 늘 무언가를 놓치면서, 시간을 보내죠. 그렇게 살아도, 살아지니까요. 하지만 가끔이라도,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라는 걸 명심하면서 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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