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소재가 어디서 나올까?

나 자신이 끝도 없는 소재의 노다집니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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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많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사실 저도 놀랐거든요. 글로 옮길 소재가 무궁무진할까? 언젠가는 고갈되는 게 소재 아닐까? 언제까지 글을 매일 쓸 수 있을까? 그런 의심으로 시작된 글쓰기였으니까요. 돈 받고 쓰는 게 아니라서, 강제성조차 없으니 더 큰일이죠. 원고 청탁을 받으면, 돈값을 해야 하니까, 원고료를 어떻게든 받아야 하니까, 끝을 맺어야 해요. 자발적으로 쓰는 글은, 안 쓰면 그만이라 곧 꺼질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해요. 쓰기 싫은 날, 침대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게을러 빠진 잠보 박민우를 어찌 믿냐고요? 유료 독자에게 보내는 글까지 계산하면 3년이 넘어가요. 천일 넘게, 저는 매일 할 말이 있었어요. 놀랍지 않나요?


소재를 찾는 방법은 별 거 없어요. 제 자신이 누구인가를 열심히 물어야 해요. 저는 쉰이 낼모레니까, 중년의 나이예요.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났고, 재수를 했어요. 학력고사를 마지막으로 친 사람이기도 해요. 중년으로서 어떤 걸 쓸 수 있을까요? 건강, 노후에 대한 불안, 생계에 대한 불안,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 공유할 수 있는 추억 등을 쓸 수 있겠죠. 정치적 소재는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해요. 아주 가끔 쓰기는 하지만요. 결국 내가 맞고, 당신은 틀리다. 이런 결론이 날게 뻔한데, 분명 누군가에겐 공격이 될 테니까요. 저의 글이 조금은 편하게 읽히기를 바라요. 여기저기 날 선 사람들이 많으니, 제 글에서라도 쉼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여행을 남보다는 조금 많이 한 사람이기도 해요. 여행책도 여러 권 냈고요. 그러니 여행 경험을 쓸 수 있죠.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여행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일들도 좋은 소재가 돼요. 비행기를 탈 때의 설렘과 공포, 기내식, 공항의 번잡함, 이런저런 사고, 특이한 음식, 외로움, 교통수단, 술, 클럽, 숙소, 친구들이 다 소재예요. 왜 여행이 좋을까? 왜 여행은 피곤할까? 조금은 추상적인 소재도 글감이 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여행 한 가지로도 굉장히 많은 글들을 쓸 수 있어요. 외국에서 한국 사람 알아보는 법, 외국 사람들이 보는 한국, 한국 사람들의 약간은 특이한 여행법, 가족과 안 싸우며 여행하는 법, 친구끼리 안 싸우고 인천 공항으로 돌아오는 법 등으로 쪼개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는 거죠. 이미 썼다고 생각하는 소재에서도 얼마든지 가지 치기가 가능해요. 썼던 이야기 또 쓸 때도 있더라고요. 매일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어요. 예전엔 그런 제 자신이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그 말을 또 하고 싶었나 보지. 편하게 생각해요. 장기전이예요. 조금은 뻔뻔해지셔야 해요. 매일 완벽한 글만 쓸 수는 없어요.


최근에 폭발적으로 반응이 좋았던 글은 '나를 반기는 카페 주인, 그래서 가기 싫어졌다'였어요. 오늘은 어떤 카페를 갈까? 단골 카페를 몇 년간 아예 안 갔군. 왜 안 가게 됐지? 잠시 스쳤던 생각이 글로 옮겨진 경우예요. 글을 써야겠으니, 어떻게든 소재를 생각해내야겠다. 이러면 오히려 막혀요. 의식의 흐름을 알아채는 게 중요해요. 낚싯대를 손에 쥐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뜰채로 설렁설렁 물고기를 건져내는 식이죠. 그렇게 소재를 낚아채요. 평소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자신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고, 알아채기만 하세요. 그러면 글감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질 거예요.


태국 방콕에 있다 보니, TV 뉴스도 좋은 소재죠. 변기에서 구렁이가 나오고, 대가리가 두 개인 송아지에 눈이 번쩍 떠져요. 슬픈 건, 심각한 사고도 소재로 보인다는 거예요. 졸음운전으로 차가 쌀 국숫집을 덮쳤어요. 국수를 먹던 사람들이 길바닥에 널브러졌는데, 오늘은 이걸 써야겠다. 걱정부터 해야 마땅한데, 글을 써야 한다. 매정한 글기계로 변질된 것 같아 서글퍼질 때가 있어요. 여러분의 24시간을 돌아보세요. 나이, 성별, 직업, 어릴 적 가정환경, 트라우마, 친구 관계, 밝히고 싶지 않은 치욕이 모두 훌륭한 소재예요. 글로 감동을 주려고 애쓰지 마세요. 좋은 글이면 당연히 따라올 테니까요. 미리 힘부터 주면, 글이 나오기 전에 이미 지쳐요.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옮긴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감정이 왜 생겼는지, 왜 쓰고 싶은지를 생각하면서 담담하게요. 진심이 담겨 있으면, 감동이 없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감동이나, 걸작을 미리 욕심내지 마시고, 진심을 담겠다. 필요하다면 발가벗겠다. 글 속에서 만큼은 벌거숭이가 되겠다. 과감해져 보세요. 일종의 해방감도 느끼실 거예요. 좋은 글 쓰지 마시고, '나'를 쓰세요. 자기 자신을 쓰세요. 그거면 돼요. 편하고, 따뜻한 글이 될 거예요. 글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살아요. 크고 작은 글들로 여운을 나누면서 살아요. 글로 퍼지는 진동을, 모두가 공유하면서 살자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해요. 그 떨림이 글이 되고, 사랑이 되고, 선한 영향력이 되죠. 내면의 떨림에 귀 기울여 주세요. 표현하고 싶어 하는, 내면의 자신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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