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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와 치앙마이 한 달 - 제 위인전을 소개합니다

제 위인전 컬렉선 1권, 2권 어머니, 아버지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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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대단한 성공을 꿈꾼다. 내게 걸맞은 대가라고 생각한다. 야심가다. 때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아들 녀석이 왜 교사가 안 됐을까(어머니 교직을 이수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해요. 끝에서 십 등 성적이옵니다)? 부동산 경매를 일찍부터 좀 해보라니까(어머니가 이토록 야심가이십니다). 아들이 늘 아쉽다. 속상하시다. 어머니는 매일 묵주 기도를 드리신다. 나와 형의 건강, 성공이 기도의 전부다. 부자 친구들이 암으로, 심근 경색으로, 뇌졸중으로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난 걸 보면서도 왜 여전히 돈돈 하실까? 한 번쯤은 떵떵거리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다. 어머니가 유별난 건 아니다.

진짜 돈이 답일까? 성공은 돈으로 가늠해야 할까? 돈이 답이라면, 우린 모두 엄청 행복해야 한다. 지구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상위 10% 부자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은 우리가 부럽기만 할 것이다. 매일 보는 사람들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을 왜 들먹이나요? 반박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럼 부자들은 매일 보시나요? 뭐 백화점 명품 직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부분은 자신과 마주할 일도 없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질투한다. 대한민국 1% 부자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돈 이야기만 내내 했다. 그림, 와인, 골동품, 해외 주식 투자 이야기를 돌려가며 했다. 이만큼 벌면 됐다. 안심하는 액수는 없구나. 그때 깨달았다. 그중 한 사람은 부동산만 1조 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대박이 눈 앞에 보이니 더 짜릿할 것이다. 수중에 있는 돈 얹어만 놓으면, 펑펑 불어나는 재미를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도박중독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까? 가난뱅이라서 이런 말은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는 거 안다. 한 번이라도 부자인 적이 있어야 먹힐 말이다. 독자 중에 1% 부자님들! 박민우 이야기가 맞습니까? 호응 좀 해주세요.

나의 어머니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셨다. 하지만 누구도 어머니의 삶을 공부하고, 닮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전파한다.

자신의 결점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 어머니는 늘 스스로가 못 생겼다고 담담하게 인정하셨다. 젊을 때는 인물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들으셨다. 나도 못 생긴 엄마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지금 어머니는 인상 좋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으신다. 예쁘다는 말도 듣고 사신다. 내면의 여유는 분명 외모에 반영된다. 한참 때 참 예뻤던 어머니 친구분들은 더 이상 어머니보다 예쁘지 않다. 건강한 사람이 제일 예쁘다. 거북이처럼 꾸역꾸역, 미모 레이스에서 역전승을 거두셨다.

이기려 하지 말 것. 특히 말싸움에 휘말리지 말 것. 눈 앞에서 누군가를 제압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지 말 것.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이겨 봤자다. 미움도 절대 담아두지 말 것. 용서도 습관이다. 쉽게 용서하라. 쉽게 용서받을 것이다.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할 것.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자식이 그 대상이 된다. 강아지여도 되고, 애인이나 남편, 아내여도 되고, 종교여도 된다. 타자를 향한 사랑이, 빛으로 드러난다. 마음껏 사랑하고, 그 기운으로, 환해지고, 아름다워질 것.

마음껏 궁금해할 것. 만지고, 먹고, 킁킁대 볼 것. 재밌는 것들 투성이어서,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죽음에 대한 미련도 적당히만 가질 것.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죽어도 된다. 죽음이 닥치면 담담해질 테고, 죽음 전까지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럼 나의 아버지는? 늘 어머니를 무시하는 잔소리 왕, 나의 아버지는? 할머니가 그렇게 갈라서라고 할 때, 내 색시입니다. 정색하고, 아내를 지키셨다. 한 달 용돈 십만 원을 십 년간 모으셔서 금 열 냥 목걸이를 어머니 목에 걸어드렸다. 딱 한 사람만 지킬 것. 모두가 떠나도, 딱 한 명만 남으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전부를 걸었다. 진저리 나게 싸워도, 내 사람이다. 그거 하나는 둘이 같았다. 둘은 굉장한 성공담의 주인공임을 모른다. 나는 안다. 지금 내 글을 읽는 이들도 동의할 것이다. 나의 위인전 컬렉션 맨 앞쪽에 박상원, 이명심이 쪼르르 있다. 오래오래 손뼉 쳐 드리고 싶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저를 꿈꿉니다. 함께 성장하는 꿈을 꿉니다. 우리 같이 자라요. 같이 꿈꿔요. 제 글을 읽고 계시니, 우린 이미 남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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