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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 VS 태국 쌀국수

아예 다른 쌀국수예요. 모르셨죠?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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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똠얌 쌀국수, 오른쪽 포(베트남 쌀국수)


하노이를 다녀와서 새삼 신기해요. 이웃 나라지만, 어찌 이리 다를까요?


딱 한 가지 베트남, 기본 네 종류 태국


베트남은 면발을 보통 안 고르죠. 주는 대로 먹죠. 태국은 면발부터 골라야 해요. 굵기에 따라서 센미(머리카락처럼 가늘어요), 셀렉(가는 면), 센야이(넙적 면), 바미(달걀을 넣은 밀가루 면, 우리네 라면과 비슷해요) 중에 골라요. 요즘 바미를 많이들 먹더군요. 글루텐이 중독성이 강하니까요. 맛 들이면, 쭉 그것만 먹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쌀로 만든 면발도 태국과 베트남이 확연히 달라요. 베트남은 포슬포슬, 부들부들하고요. 태국은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그런 공장형 쌀국수로 국수를 말죠. 딱딱하게 굳어진 걸 국물에 녹여서, 다시 육수를 붓는 식이죠. 식감이 좀 더 탱글탱글해요. 물론 태국도 삶아진 소면을 팔아요. 그런 소면은 국숫집에선 사용 안 해요. 소스와 비벼 먹을 때 주로 사용하죠.


곰탕 스타일 베트남, 천 가지 스타일 태국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고깃국물이죠. 고기를 푹 우려서, 고기 맛으로 먹죠. 태국은 닭대가리도 넣고요. 배추와 무도 넣어서요. 좀 더 단맛이 강해요. 기본 육수 맛은 그렇고요. 태국은 선지도 써요. 보트 누들(수상시장에서 주로 팔았다고 해요) 육수 색깔이 진갈색인데요. 돼지피나 소피를 넣어요. 코코넛 밀크는 또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데요. 카오소이가 대표적이죠. 치앙마이 국수인데요.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가서, 부드럽지만, 또 한국인에겐 겁나 느끼할 수 있죠. 각종 커리에다가 국수를 퐁퐁 담가 먹고요. 발효 두부를 갈아서 시큼한 맛 맛으로도 먹죠(옌타포), 똠얌(레몬 그라스가 들어가서 향긋하고 시큼해요) 누들도 시큼한데요, 전 요즘 이것만 먹어요. 볶음국수 팟타이도 대중적이죠. 베트남은 비빔국수 분보남보가 있네요. 태국은 타고난 부잣집 같은 나라예요. 딱 한 기지로 배불리 먹자. 생계형은 베트남이죠. 태국은 먹는 걸로 장난을 정말 많이 쳐요. 고명만 해도요. 생선 껍질 튀김에, 어묵, 미트볼, 바삭한 밀가루 튀김을 골고루 올려요. 면을 먹으라는 건지, 고명을 먹으라는 건지. 혼란스럽죠. 지루한 것도 못 참는 부잣집 입맛이라서요. 흥!


양 많은 베트남, 양이 적은 태국


베트남에선 양이 섭섭하지 않죠. 태국에선 양 때문에 기분 자주 상해요. 먹으라고 주는 거야? 마트 시식을 착각한 거 아니고? 태국은 정말 조금, 아주 조금 줘요(시골이나 작은 도시로 갈수록 양이 많아지대요). 그걸 또 남기는 태국 사람들을 보면 어이가 없죠. 배가 고파서 온 게 아니라, 입이 심심해서 온 사람들인가 봐요. 국물도 베트남 사람들은 벌컥벌컥 잘도 마시죠. 태국 사람들은 국물 잘 남겨요. 국물이 아니라 소스죠. 면만 건져 먹고 끝. 아니, 그럴 거면 비빔국수를 시킬 것이지.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깨작깨작. 태국 사람들은 참 음식 대충 먹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후루룩후루룩 화끈하게, 한국사람처럼 먹죠. 저는 한국 사람이랑 베트남 사람이 뿌리가 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공통점이 많거든요. 악바리 근성(강대국과 맞서도 물러서지 않죠), 빠릿빠릿함, 국물을 즐기는 태도, 유사한 한자음(한자 발음이 한국과 비슷해요. 중국과는 확연히 다르면서요. 신기신기) 등등요.


셀프 첨가물, 베트남은 케첩? 태국은 설탕?


베트남 쌀국수는 칠리소스와 해선장 소스를 섞어서, 면발을 비벼먹기도 하죠. 언뜻 토마토케첩 같죠. 태국 쌀국수는 식초, 고춧가루, 설탕, 땅콩가루, 피시소스를 취향껏 넣어 먹어요. 설탕까지 넣어야 하는 태국 사람들 취향, 저랑은 안 맞네요. 베트남에선 식초, 땡고추 정도를 더 넣고 끝인데 말이죠. 태국에서 쌀국수를 드실 때는 고추가 들어간 식초는 기본으로 넣으세요. 국물의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필수죠. 그러고 보니 태국의 쌀국수는 복잡하고도, 복잡한 음식이네요. 면발부터, 고명, 첨가하는 양념까지. 곱빼기(피셋)냐, 보통(타마다)이냐도 주문할 때 정해야 해요. 베트남 쌀국수는, 메뉴가 많이 않아요. 맛집일 경우는 딱 한 가지 국수만 주로 팔죠. 잘하는 거 하나를 빨리빨리. 효율성을 극대화해요. 돈 좀 벌 줄 안다니까요.


태국에서 파는 베트남 국수, 베트남에 없어요


태국에서 파는 베트남 국수가 있어요. 일명 끈적 국수라고 하죠. 카오산 로드에 있는 쿤댕 끈적 국수 다들 드셔 보셨을 거예요. 베트남에는 없어요. 물론 제가 베트남 전역을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종류별로 다 먹어본 것도 아니죠. 최소 60그릇 이상의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어요. 끈적 국수는 못 먹어봤네요. 호찌민에도, 하노이에도 태국의 끈적 국수는 없더라고요. 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 국수는요. 울면처럼 녹말 끈끈한 국수거든요. 이런저런 소시지가 올라간 끈적 국수. 왜 베트남에선 왜 안 보이냔 말이죠. 궁금해요. 해박한 국수 박사들이 댓글로 저의 궁금증을 좀 풀어 주실래요?


그래서 어느 나라가 더 맛있냐고요?


우리나라 사람 기준으로는 베트남 쌀국수죠. 곰탕의 깊은 맛을 제대로 내거든요. 베트남 사람들이 고기 만질 줄 알아요. 소고기도 부드럽게 잘 삶아요. 태국은 고기 만지는 솜씨는 훨씬 못해요. 유명한 소고기 국숫집 어디도 베트남 반의 반도 못 미치죠. 대신, 다양함이 어마어마해요. 도전해 볼만한 국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죠. 오래 살아보니까요. 태국의 보트 누들, 시큼한 옌타포, 똠얌 국수 등이 치명적으로 맛있어요. 베트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엄청난 쌀국수를 만들어냈죠. 짧게 머물면 이 맛을 잘 모르실 거예요. 오래 머무니까, 알겠더라고요. 뜨거운데 시큼하고, 이런저런 튀김이 올라가고. 어찌 보면 장난 같아요. 세상 모든 맛이 한 그릇에 담겨 있죠. 제가 비교질 진짜 좋아하는데요. 이건 진짜 답 못 내겠습니다. 짜장면과 짬뽕처럼, 답이 안 나오는 대결이라고요.


PS 매일 글을 써요. 세상 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박민우의 책을 도서관, 학교, 군부대에 열심히 신청해 주셔야 해요. 우리 한통속이 되어 봅시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군침이 절로 돌고, 방콕에 무슨 수가 있어도 가야겠다. 그런 마음이 절로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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