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니까, 가산점을 좀 줄까요?
저는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반나똔잔을 기획할까 합니다. 될 성 부른 잎을, 키워보는 거죠. 저에게 떨어지는 건 없어요. 그냥 재미로요. 박민우의 안목이 이 정도였어? 여행자의 성지가 되면, 깝칠 수 있잖아요. 문제는 영어가 안 통해요. 구글 어시스턴트(이 애플리케이션 당장들 까세욧)를 활용하더군요. 구글이 무시무시한 회사입니다. 태국말을 애플리케이션에 대고 하면, 즉시 한국말로 번역해 줘요. 반대도 가능하고요. 아직 유치원생 수준이긴 한데요. 구글이 요즘 외계인 몇 명 고문 중이라면서요? 통역이 필요 없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야 뭐 태국 형님이 통역해주니까 스트레스는 없었죠. 손짓 발짓하실 각오하고 오세요. 어느 정도는 불편도 해야죠. 어떤 가치가 우선인가요? 쾌적하고, 쉬운 여행인가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인가요? 안 불편하고, 순수한 곳이요? 다들 개떼처럼 달려들죠. 요즘 사람들이 우습습니까?
반나똔잔 사무실에서 숙소를 배정해 줘요. 운 나쁘면, 개 집 같은 곳에서 자야 해? 그건 아닙니다. 나름 기준을 정하고, 관리를 해요. 몇몇 숙소를 점검해 봤더니, 비슷합니다. 방 상태는 대동소이해요.
하루 칠백 밧(27,000원) 받아요. 명당 가격입니다. 아침저녁을 줘요. 평일인데도 여행자들이 있어요. 주말이면 북적북적합니다. 태국인들에겐 이미 유명한 곳이에요. 즉, 미리 예약해야 해요. 여기 https://homestaynatonchan.blogspot.com/로 들어가셔서 찬찬히 읽어 보세요. 영어로 쓰여있긴 해도, 해석이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이메일로 예약(영어로) 하세요(Sirikanjar@gmail.com). 교통편도 친절히 잘 가르쳐줄 거예요. 작은 모험이 될 거예요. 즐거운 모험이겠죠?
안내문에는 총 열여섯 채의 홈스테이가 있다고 나와요. 여기저기 집들이 더 지어지고 있어서요. 스무 채, 삼십 채 될 날도 멀지 않았어요. 오후 세 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해요. 지나치다 봤던 가장 예쁜 집이 아니라서 처음엔 실망했죠. 제게 배정된 숙소에 들어와 보니까요. 만족스럽더군요. 일단 나무집이라서 삐걱삐걱 소리가 나요. 매트리스만 깔려 있고요. 청결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똥 누는데, 옆에 청개구리가 꼼짝도 않더군요. 제 쪽으로 눈알 안 돌리는 거 보니까, 매너 교육은 다들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단지 삐걱삐걱 시골 나무집이라는 거. 보일러는 린나이인데, 온수는 잘 안 따뜻해지더군요(저의 조작 미숙일 가능성 농후).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일출 보기, 마을 둘러보기, 탁발이 있어요. 스님들이 아침 일찍 동네를 배화하면, 마을 사람들이 시주를 하죠. 이걸 탁발이라고 하죠. 여행자들도 먹을 걸 준비해서, 시주를 해요. 흥미로운 문화 체험이기도 하죠. 그냥 혼자 왔으면, 저는 다 안 해요. 돈 아끼느라요. 탁발은 여러 번 했죠. 라오스에서만도 몇 번을 했는데요. 평소처럼 '노'라고 못 하겠더군요. 태국 형님이 통역을 하면서 할 거냐고 물으니까, 까칠해지지 못하겠더군요. 동네 투어와 일출 보기를 한다고 했죠. 한 시간 후에 마을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와요. 마을 투어 가이드요. 게으른 여행자에겐 좀 가혹하군요. 노닥거리는 게 세상 큰 재미인 저를 왜 이리 달달 볶냐고요. 아주머니(이름은 펫)와 인형 만드는 곳, 새총 쏘기, 일몰 등을 봐요. 인형과 새총은 취향 자체가 아니었고요. 일몰은 별로였어요. 논밭 한가운데 나무다리가 있고, 나무다리 가운데에서 일몰을 보는 건데요. 논밭이 이미 추수가 끝났더라고요. 휑해요. 살 다 발라 먹은 뼈다귀를 새삼 다시 핥는 개가 된 기분이랄까요? 팁은 알아서 주는 거라 해서 150밧(6천 원) 드렸어요. 한 시간 반 정도 투어였고요. 시골 동네를 삐걱삐걱 자전거로 돌았어요. 볼 거 자체가 있든, 없든 쏠쏠한 체험이니까요.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방콕에서 여섯 시간 이상 차로 왔죠. 오후 세 시에 체크인했죠. 한 시간 반 자전거 투어 했죠. 내장에 비타 500을 한 바가지 퍼부어주고 싶은 밤이로군요.
-새벽 네 시에 기상입니다. 일출 보러 가려면, 서두르세요.
일출 구경 공짜 아니고요. 무려 450밧(18,000원) 내야 해요. 이쯤에서 건방져질 차례죠. 제가 누군가요? 딱 봐도 견적 나오잖아요. 일몰이 그 따위면, 일출이라고 대단하겠어요? 생피 같은 내 돈 내고, 새벽 네 시요? 마을 이쁘고, 별채로 뚝 떨어진 나무집, 나무집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녹지. 마음에 쏙 들어요. 그러니까 그냥 좀 놔두면 안 돼요? 그냥 싫다고 할 걸 그랬나요? 제 때 하실 말씀 따박따박 잘해서 좋으시겠어요. 저는 꼭 반박자 늦어요. 착하지도 못한 놈이, 왜 이리 우물쭈물 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식사하세요.
제 방문 앞에 밥상이 놓여 있군요. 앉아서 먹는 태국 전통 밥상이죠. 이게, 이게 뭔가요? 생선에, 고기에, 과일에, 나물에. 하루에 이만 칠천 원 내면 재워주고, 먹여줘요. 밥도 대충 견적 나오죠. 맛만 없지 않으면, 감사히 먹을 참이었어요. 이건 풀코스잖아요. 한정식까진 아니어도, 이천 쌀밥 수준은 되네요. 따로 돈 받는 게 아니라, 그냥 주는 밥이 이렇다고요? 이만 칠천 원만 내면요? 하아. 이쯤에서 다시 한번 건방져질게요. 저 정도 짬밥이면 똥오줌 구별, 빛의 속도로 하잖아요. 견적은 번호표 나오듯, 바로 출력되잖아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손님 한 명 밥상을 반나절 동안 매달리나 봐요. 이게 무슨 노동 착취냐고요? 인류애적인 연민은 연민대로 느끼고요. 째지는 기쁨은 따로 주체 안 할게요. 생선은 사실 좀 난해하긴 했지만요. 사방으로 펼쳐진 녹지를 반찬 삼아서요. 이 반찬, 저 반찬 쏙쏙 입에 넣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진주를 다들 추가해 주세요. 반나똔잔. 한 달 내내 처박히실 분, 새로운 천국 하나 분양받으세요. 처박혀도 와이파이 빵빵해요. 언제든지 속세와 접속해도, 쥐도 새도 모른답니다. 제가 피곤했었던가요? 제가 불평을 했었던가요? 이 정도 다녔으면, 감동도 지겨워요. 그러니까 이렇게 안 지겨운 감동이 불쑥불쑥 찾아오네요. 개구리 개굴개굴, 별이 반짝반짝. 랩을 할까요? 시를 쓸까요? 전설의 글이 나올 밤이로군요. 저는 글 말고, 잠을 택하렵니다. 새벽 네 시가 저를 기다립니다. 우라질 놈의 일출을 봐야 한다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지구 끝까지 닿고픈 글쟁이의 작은 몸부림입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들을 신청해 주세요. 저는 외롭지 않은 작가로군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습니다. 9년간 제가 열심히 찾아다닌 맛집, 카페, 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소하게 읽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