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인생 먹고 싶은 것만 먹겠다 VS 신기한 것도 먹어보자
외국 음식 잘 먹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으로 나뉘죠. 저도 못 먹는 사람이었어요. 고수 냄새의 충격은 지금도 잊히지를 않네요. 네, 지금은 없어서 못 먹죠. 더 달라고 해서 먹을 정도고요. 태국 바질이 들어간 돼지고기 볶음밥 크라빠오무쌉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어떻게 이렇게 잘 먹게 됐을까? 오래 먹어서인 것 같아요. 자주 먹고, 오래 먹다 보면 거부감이 사라져요. 태국에서 머문 햇수가 11년이니까요. 집밥이 태국 밥인 셈이죠.
인도를 여행할 때 한 다리 건너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한국인 남자가 김치찌개만 먹으면서 한 달을 버텼대요. 어떻게든 한식집을 찾아서 김치찌개를 먹고요. 다음 도시에 한식집이 없을 것 같으면 싸갔대요. 그렇게 김치찌개만 먹고, 없으면 굶으면서 10kg가 빠졌답니다. 아, 나도 다이어트를 김치찌개로 해볼까? 이 글 보시고, 그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죠? 40도 넘는 찜통에 가끔 사탕수수 주스 마셔가며 설사도 하셔야죠. 이 다이어트는 인도에서 하셔야 효과 봅니다. 그래요. 굳이 외국 음식을 잘 먹을 필요 없죠. 일부러라도 거부감이 드는 음식을 먹는 게 과연 옳은 걸까요? 어머니, 아버지와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요. 두 분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거예요. 맛도 유전자와 관련 있다면서요. 맛의 충격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면서요. 냄새도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유난히 괴롭고, 힘든 거죠. 아버지가 그런 분이셨어요. 낯선 향의 음식에 기분까지 잡치시나 봐요. 어머니는 완전 반대였어요. 낯설수록 더 재미나신가 봐요. 처음 드시는 음식도 이 집은 잘하는데. 이러시는 거예요. 이 정도면 사실 맛의 천재 아닌가요? 저는 두 분의 유전자를 나눠서 받았어요. 초기의 제 모습이 아버지 모습이었죠. 멕시코에서 고수가 들어간 타코를 누가 먹으라고 주는데요. 아시죠? 구토를 참을 때 눈물 그렁해지는 거요. 눈물 그렁해져는요. 몰래 휴지에 뱉어서 돌돌돌 말았다니까요. 듣도 보도 못한 향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고기가 상한 건가 싶었죠. 우리가 아는 채소에선 비슷한 향도 없으니까요.
아버지는 치앙마이에서 내내 한식을 찾으셨고요. 태국 음식 중에는 순한 것만 드셨어요. 똠양꿍 같은 거는 기겁을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사실 제가 걱정을 할 정도로 깜빡하는 일이 잦았어요. 아버지는 셈도 빠르고, 말씀도 잘하시고, 총기 충만의 인재셨죠. 여행지에서 완전히 역전이 되더군요. 제가 치앙마이에서 굳이 한 달을 같이 지내려고 했던 이유 가요. 사실은 치매 예방이었거든요. 좋든 싫든 간에 낯선 세상은 충격일 테니까요. 그게 활력이 될 거라 믿었죠. 좋은 뇌 운동이요. 어머니가 새로움에 도전하실 때, 아버지는 자꾸만 피하려고 하셨죠. 남자와 여자의 여행이 사실 그렇게 다르기는 해요.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낯선 음식을 잘 즐겨요. 평균 수명도 여자가 길죠. 그렇다면 일부러라도 낯선 향이나 음식을 즐기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싶어요. 싫든 좋든 간에 뇌에서는 분석하려고 난리가 나잖아요. 자극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익숙한 음식만 먹겠다고요? 전 반대입니다. 낯선 음식을 드셔 보세요. 그러면 익숙한 음식은 더 맛있어져요. 그래, 이 맛이지. 이걸 느끼려면, 고약하다고 생각되는 음식도 좀 드셔 보세요. 힘든 운동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겠어요? 그냥 잠자다가 일어나서 마시겠어요? 어느 쪽이 더 맛난 맥주일까요?
그렇게 낯선 음식도 드셔 보다 보면요. 자꾸 생각나는 맛이 있어요. 낯선 음식도 도전해 보세요. 이렇게 말하면 꼰대가 되는 건가요? 부모님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나름 느낀 거라고 해둘게요. 부모님과 치앙마이를 다녀와서 가장 유익했던 점은 저의 노후 대비였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많아지고, 도전이 꺼려진다는 것. 그걸 깨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요. 쉬운 것만 찾다가는 무기력한 노년이 될 수도 있다는 걸요. 저의 귀한 교훈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요. 저는 쓰레기 향이 노골적인 두리안도 잘 먹습니다. 처음부터 잘 먹었을 리가요. 눈물 그렁그렁했던 과일이었죠. 지금은 비싸서 못 먹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이 곧 저니까요. 제 글을 읽으시면, 저를 만나는 거죠. 반갑습니다. 자주 보고, 오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