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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월호를 모르고 싶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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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울긋불긋 송크란 셔츠를 입으려고 했죠. 어제까지가 송크란 기간이었어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물총을 쏘고, 바가지로 물 뿌려대면서 태국 전체가 물바다였을 텐데요. 방콕에서 저는 감옥 생활이죠. 통금 시간이 있어서 밤에는 나갈수도 없고요. 카페, 식당은 다 문을 닫았어요. 아니다. 열기는 해요. 포장만 가능해요.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방에만 있어요. 저의 유일한 외출은 옥상이죠. 옥상에서 매일 굿모닝 인시를 해요. 이걸 왜 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글만 쓰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책을 안 읽잖아요. 잊히고 싶지 않아서요. 작은 몸부림이었죠. 저의 아침 인사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고,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어서요. 꾸준히 하고 있어요.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송크란 셔츠를 샀어요. 알록달록 요란하기도 하네요. 기분 내볼까? 아침에 만지작만지작하다가요. 그냥 안 입었어요. 귀찮아서요. 오늘이 세월호 6주기더군요.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두고두고 후회할 짓을 할 뻔했어요. 철렁하네요.


그래요. 저는 사실 세월호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었어요. 그때 저는 인도 푸시카르에 머물고 있었죠. 채식을 엄격하게 지키는 마을이라요. 저는 늘 고기가 고팠죠. 평소에 고기 잘 찾지도 않더니, 아예 못 먹으니까 답답해지더군요. 인도니까요. 바가지, 사기꾼들과 매일 옥신각신해야 해요. 그러다가 저녁에만 세월호 뉴스를 봤어요. 설마. 구조되겠지. 처음 이틀은 그랬죠. 구조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때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해요. 차라리 첫날 모두가 사망했기를. 그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기다리는 그 희망이 너무 잔인해서요. 안절부절. 원래 폐소 공포증이 있는 저는 매일의 뉴스로 숨이 잘 안 쉬어집니다. 그래서 뉴스를 닫았어요. 대충만 봤죠. 몰입하지 못했어요. 못 하겠어서요. 그렇게 띄엄띄엄 살았더니, 오늘 같은 날 꽃무늬 셔츠 입을 생각을 다 하는 거죠.


그래요. 추모도 강요할 수는 없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도요. 제발, 제발 유족들에게 아픈 말은 좀 참아 주세요. 차가운 시선도 숨겨 주시고요. 상상할 수도 없으니까요. 감히 공감을 들먹일 수 없으니까요. 바라보기만이라도 해주세요. 넘볼 수 없는 영역이면, 넘보지를 마시길요.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인류의 슬픔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작아질 수 없어요. 크기가 다른 비극이니까요. 가족이 바라는 소원도 이루어져야죠. 왜? 어떻게? 구조는 이루어지지도 않고, 전원 구조의 오보는 열심히 퍼 날랐는지 알아야죠. 모두가 알아야죠. 유족들이 바라는 진실 규명, 꼭,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가슴에라도 묻죠. 묻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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