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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 Sep 30. 2024

유럽 여행 중에 공황 증세가 나타났다 2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당일에 병원에 오고 열흘 뒤 다시 병원을 찾았다.

 

원래 2년 반 동안 나를 진료하던 의사가 관두는 바람에 이 의사가 내 담당의가 되었다. 의사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지난 5월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그때 나는 라믹탈 최저 용량과, 필요시에만 자나팜 0.125mg을 먹고 있었다. 의사는 내가 먹는 의 용량을 보고 이 환자가 회복 단계를 지나 관해 단계에 있구나 했었는데, 여러 심리 검사지는 다른 지표 나타내고 있어 아직 회복 단계에 있는 건가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때 나는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약을 더 먹고 싶었는데, 의사는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라면 약을 증량해서 치료하겠지만 내 경우 이미 치료 기간이 길고 나름 꾸역꾸역 일상을 살 정도로 치료가 되고 있었으므로 기초 체력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치료해 보자고 했었다.

 

운동을 적당히 하고, 초록색 나무나 풀 바라보며 산책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심호흡을 하고... 나는 이미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공황 증상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지난 5개월 동안 저용량의 약만을 복용하면서 회복해 보려는 시도는 실패한 것일까. 3년 가까이 코로나 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다녔던 필라테스와 최근에 시작한 달리기, 그리고 수없이 삼켰던 알약들이 공황 증상 한 번으로 효과 없었음을 증명한 것일까.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나 고생했는데 치료가 안되고 있었다니.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이 병에 대해 알고 싶어서 공황 장애에 대해서 읽고 또 읽었다. 나는 너무 아는 바가 없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죽을 것 같은 병이 있다는 게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2주를 보내고 나는 검색을 멈추었다. 꼭 가보고 싶던 환우 모임도 찾지 않고 있다. 알면 알수록 공황 증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장소만 내 머릿속에 추가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공황 장애가 온다고 죽지 않죠? 라는 질문을 의사에게 2번 했다. 의사는 죽지 않는다고 대답해 줬다. 그 대답을 믿기로 했다.

 

이렇게 공황 증상에 집중된 내 상태와 상관없이 의사는 나를 공황 장애 환자로 진단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전 의사가 진단한 대로 조증 증상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2형 양극성 장애로 보면서 강박과 불안이 강한 환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번엔 라믹탈과 자나팜을 각각 50mg, 0.25mg으로 증량하고, 아빌리파이를 다시 추가했다. 의사는 이렇게 증량해도 약을 강하게 먹는 건 전혀 아니라면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조언을 다시 한번 정성스럽고 길게 해 주었다.

 

나는 지난 3년 동안에 걸쳐 우울증을 반려병으로 인정하게 됐다. 단번에 끊어 낼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잘 관리하면서 안고 가자. 그런 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공황은 다르다. 나는 이 녀석을 절대로 반려병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모르겠다. 8월 더위로 멈췄던 달리기나 다시 시작해야겠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생각 없이 달리기. 그게 검색과 걱정 대신 오늘 내가 할 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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