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을 거야
회사 취업 규칙이 바뀌면서 육아기 단축 근무를 자녀가 6학년인 사람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냉큼 신청했다. 은총이가 6학년이라 단축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4월부터 9시에서 1시까지만 근무하고 있다.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멈췄던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은총이랑 영어책을 읽는 것이다. 달리기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지만 영어책 읽기는 모르겠다. 은총이와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므로 잘 설득해서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해봐야겠다.
단축 근무를 하고 달리기를 하면 정신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 얼마 전 점심시간에 예상치 못하게 어두컴컴한 식당에 가게 됐는데 밥 먹는 내내 불안해서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어느 날은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불안했고, 어떤 날엔 너무나 편안한 사람과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식당의 천장이 낮다고 느낀 순간부터 불안했다.
불안이 심해지면 공황 증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해진다. 불안이 불안을 낳고 또 불안을 낳고. 의사가 나를 공황 장애라고 진단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런 예기 불안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불안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병적으로 아프고 나서야 예전에 사용했던 '불안하다'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약 없이 손쉽게 지울 수 있는 불안만 가지던 시절이 그립다.
'나 불안해'라고 말하면 '어 그래, 괜찮아질 거야'라고 토닥토닥 해주는 것만으로 정말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이 병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꼭 인정받을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만, 겉으론 멀쩡해 보이고, 모두가 불안하다는 감정을 쉽게 느끼기 때문에 병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온몸이 저릿하면서 땀이 나고 심장이 뛴다. 딱 한번 경험한 바로는 목을 옥죄는 기분이 들면서 까무러칠 것 같았는데도 단순히 '불안하다'는 말 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불안은 폐소 공포와 관련 있는 것 같다. 장소가 갑갑하게 느껴지면서부터 불안이 시작할 때가 많았다. 의사는 만날 때마다 명상과 복식호흡을 권한다. 그것만으로 불안약이 가진 성분과 같은 성분이 몸에서 나온다고 했다. 회사에 앉아 있으려면 여러 번 복식 호흡을 해야 한다. 단축 근무를 하는데도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병 때문에 퇴사까지 생각했다. 운전도 피하고, 익숙한 환경에만 노출하면서 나를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니 나 말고 다들 행복해 보인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 지나치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유머를 잃지 않으며 지내려고 노력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기분이 울적할 때 혼자라고 느낄 때 옆에 있어줄 거라고, 뒤돌아보지 마, 지금의 버전이 너의 최선의 버전이야 라고 노래해 준 방탄소년단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오늘도 불안함을 안고 출근한 나 자신이 짠하다. 자기 연민 금지는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