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싫어
오늘은 방탄소년단 뷔의 slow dancing이라는 곡을 들으며 출근했다. 어쩜 이렇게 김태형(뷔 본명) 같이 느긋한 노래가 있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침이지만 태형이 목소리가 흐르는 출근길이 오늘은 괜찮다. 금요일이라 그런가. 아무튼 희귀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나는 '오늘까지만 일하고 관둘 거야'라는 마음으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관둘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아침 6시 30분이면 들풀처럼 일어나 거울을 확인하고 8시 즈음이면 사무실에 들어선다.
회사에 가기 싫은 마음을 들여다보기가 싫다. 정말 가기 싫으니까. 그런데 가야 하니까. 그렇게 싫은 마음이 한 겹 두 겹씩 쌓여서 단단하고 검게 굳은 무언가가 되어 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마음속 그 검은 것은 쌓여서 무엇이 될까.
다행히도 불안증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여전히 아침 저녁에는 6알의 약을 먹어야 하지만, 필요시에 먹으려고 주머니에 늘 갖고 다니는 자나팜은 거의 먹지 않는 상태이다.
불안증이 조금씩 가라앉나 싶으니 탈모가 시작됐다. 얼마 전부터 머리를 감을 때마다 몇 움큼씩 빠지는 상황인데 이거 그냥 둬도 되는 걸까.
마른 상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려도 끝임 없이 머리카락이 빠져나온다. 왼쪽과 오른쪽의 모발 숱이 차이가 나는데 주로 오른쪽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느낌. 이것도 노화의 과정인가. 내가 흰머리는 참아도 탈모는 못 참는 인간임을 알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게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텐데, 다들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사는 걸까. 가끔 조용한 사무실을 둘러본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들은 나와 달리 잘 지내는 것 같아 패배감이 든다. 한편으로 경외심도 든다. 정말 당신들은 괜찮다고? 나만 이런 거라고?
저질러 네가 타고난 걸
높이 두 팔 벌려 Hands up yeah yeah
하고 싶은 대로 Yeah yeah
(악동 뮤지션 - freedom)
퇴사를 저질러 버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타고난 걸 찾아내고 싶다. 오시로 고가니의 '바다 밑바닥에서'라는 단편 만화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근데 절실하지 않아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재능 아닐까? 나는 한 번도 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거든.'
나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침에 알람이 아닌 내 컨디션에 따라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아이를 챙겨 학교 보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삶.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전시회를 가며 인풋을 가득 채워서 글로 쏟아내는 삶. 글로 나를 단련하는 삶. 그래서 결국 내가 타고난 걸 저질러 버리는 삶. 그런 삶이 과연 내 인생에 있을까.
책상에 쌓여 있는 문서와 아직 열어보지 않은 아웃룩 메일이 보인다. 오늘도 나는 이것들을 해치워야 마음 편히 퇴근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는 하찮지만 20년째 한 직장에 출근하는 나는 위대하다! 이런 마음이라도 먹어야 하루가 살아진다.
위대한 노동.. 다들 어떻게 해내는 걸까. 나처럼 최면을 걸면서 해내나? 진짜 삶은 회사 밖에 있다고 생각하며 덕질을 하고 운동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회사에서 쓰는 절대 시간이 긴 건 변함이 없다. 회사가 내 에너지를 너무 잡아먹는다.
그래.. 그래서 돈을 주겠지.
결론은 로또 되고 싶다(그런데 로또를 사지 않음).
오늘도 이렇게 하찮은 생각 하면서 출근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