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커서 어디에 쓰게?
폴더블3가 나온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친구 중 한명이 새로 산 폴더블3를 보여주며 자랑을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작은 화면에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했던 터라서,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했습니다.
"폴더블3로 선택한 이유가 있어? z플립도 인기 많아보이던데 "
제 질문에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끼어들어 대답을 했습니다. '아니, 그니까 나도 화면 커서 뭐하냐고 z플립 사라고 했는데, 이거를 굳이 사더라, 이걸로 주식보겠대" 그러자 제 친구가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어요 "아니 화면 크면 좋잖아, 그리고 이런 것도 된다" 친구가 제게 보여준 건 주식 앱과 유투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유 공간이 생기면서 멀티태스킹을 편리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폴더블폰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빠, 지금까지 이렇게 보고 있었어?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빠가 제게 부탁을 하나 하셨습니다. 통신사 요금할인 제도에 재가입을 하라는 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제게 대신 해달라고 하신 거였어요. 문자를 보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아빠가 보기 편한 텍스트 크기로 문자를 보면 한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자가 화면을 꽉 채우더군요. 이렇게 해서야 가독성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아빠, 지금까지 이렇게 보고 있었어?" 제가 묻자, 어머니가 대신 대답하셨어요
"너희 아빠가 심해, 나는 이렇게까지 크게는 안본다" 그러자 아빠가 멋쩍어 하시면서 대답하셨어요
"아니 크기를 크게 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 때, 저는 친구의 폴더블3가 떠올랐습니다
60대에겐 너무 작은 스마트폰
제가 이전에 영문 아티클을 번역할 때, 저자들이 했던 말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노화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교한 작업들을 세세하게 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제품을 계속해서 소형화 하는 것은 노령 인구에게는 맞지 않다."
갤럭시 S10은 분명히 다른 가이드들을 준수하고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텍스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핀치 제스처로 글자 크기 조정 가능)
텍스트의 크기를 키울 때, 단락에서 문자가 배열이 깨지지 않습니다
다만, 제품의 크기는 60대에게는 썩 맞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텍스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을지언정, 제품의 크기 자체가 작으면 문자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고, 텍스트 크기를 키우더라도 네비게이션이나 다른 기능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정도로 텍스트가 화면을 꽉 채우는 문제들이 있던거죠.
'화면이 작은게 좀 답답하신가보다'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저는 사실 예전부터 어른들이 삼성 note 시리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 좋아하실까? 라는 것을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화면이 작은게 좀 답답하신가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용성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은채요.
갤럭시 S10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타겟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만드신 것일거라 생각해요. 다만, 제 스스로 그동안 엄마,아빠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해 놀랐습니다.
저는 직업이 UX리서처인데도 주류 고객, 메이저 타겟 고객이 아닌 사람의 스마트폰 이용 경험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의 필수이고 누구나 늘 쓰는게 됐는데도요. 그리고 IT업에 종사하고,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아빠에게 갤럭시 폴더블3를 사드렸다
갤럭시 s10과 놓고 봤을 때, 메세지가 보이는 영역의 화면 크기는 비슷합니다. 다만 메세지의 크기를 키우더라도 화면의 전체를 차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네비게이션 영역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은 덜 합니다. 답답함도 덜해보여요.
영상에는 키보드 영역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키보드 조작에 있어서도 키패드 영역이 더 넓어서, 조작을 더 손쉽게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2-30대에는 부차적이라고 생각했던 큰 화면, 좋아보이기는 해도 필수적이지는 않았던 큰 화면이 아빠에게는, 그리고 60대에게는 너무도 필요했습니다.
노년층을 위한 IT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성공하기 전까지
아빠는 만족하셨는지, 몇 시간을 스마트폰을 가지고 방에 계셨습니다.
저희 아빠와 비슷한 문제를 겪으신 분들 굉장히 많으실 것 같아요. 특히 화면이 작아서 겪는 불편함들은 많이들 겪고 계시지 않나요? 다만, 나이 들면 원래 이런거 잘 못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배제하고 계신건 아니신지요.
저는 이런 문제들 더 많이 말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 실제로 많다면, 노년층을 위한 IT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도 생기고, 이런 소비자에게 맞는 서비스나 제품이 크게 성공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무엇보다 이런 서비스, 디바이스, 그리고 회사가 셍겨서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것이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노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시력에 약한 문제가 있으신 분들까지도요.
그러니, 더 말해주세요
저도 더 공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