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이 Jun 26. 2023

일기

6월 넷째 주




6.19


"험은 겪은 것이 아니다. 선택적인 기억이다. 경험은 철저히 정치적인 것이다. 경험은 저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길 때 비로소 떠오르고 인지되고 해석된다."








6.20



내 개 이야기 다음 메인에 올랐다.  

내 개 사진 때문인 거 같다.


내 개는 모르는 내 개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내 개에게 무슨 의미일까 싶지만

내 개에게 의미 없는 그 일이 나는 쁘다..


내 개도 알면 좋겠다 싶다가 알아도 좋아하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게 무슨 소용이. 간식이나 줘라고 할 게 뻔하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지만 내 개를 보면

인간의 일희일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내 개가 없는 내 글 메인에 잘 오르지 않는다 하여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나는 내 개를 이기지 못하고 알고  내 개가 나보다 자주 더 낫다.








6.21



"문장이 무언가를 표현하기보다 오로지 문장 자체로 빛난다면, 삭제해야 한다. 제 아무리 아름답고 심오한 문장이라 해도."


문장 자체로 빛나는 문장을

삭제하더라도 어디 한번 써보기라도 하고 싶지만

대부분 태어나길 삭제될 운명의 문장만 쓴다.








6.22


라이언이었다 조이가 된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글 얘기를 오래 나눴다.


글로 만나 말로 이어지는 몇 시간이 서로를 다 알려줄 리 만무하지만 그가 라이언보다는 조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찮은 귀가 멀리서 온 걸음을 놓쳤을 수 있는데

좋은 음성과 발음 덕분에  들었다 확신한다.


글친구가 밥친구가 됐다.

조이다운 글을 쓰시길 응원한다.








6.23



법륜스님 말씀을 들었다.

"내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냥 그쪽으로  가면 돼요. 나와 세상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싶으면 그냥 자기 방식대로 가면 돼요. 나처럼 불교 안에서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자기 식대로 하면 돼요. 대신 왕따를 당해요. "


사람들이 웃었다. 스님도 웃으셨다. 나도 웃었다.

자기 길을 간다는 건 왕따를 당한다는 말가.


나도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교양 있고 점잖게 험담하는 이상한 꼴을 겪었다.

그때도 힘들었고 상관없는 사람이 되고도

분이 안 풀려 후유증이 오래갔다.


그 일로 여러 가지를 깨달았지만

내가 생각보다 혼자 잘 논다는 것.

미움과 실패에 내성이 부족하다는 것 알았다.


법륜 스님도 왕따셨다니 건방지게 반갑다.









6.24



시험기간이라 토요일 일요일에도 수업을 한다.


함수가 어렵냐.

.


뭐가 그렇게 어렵냐.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한 달 내내 배웠는데 기울기가 뭔지 와이 절편이 뭔지 르겠다고,

네.


나는 네가 뭔지 모르겠다.

선생님 저 시험 어떡해요?


백 명이 있는데 어떻게 백 명 다 수학을 백 점 맞겠냐.

마는, 너는 일단 좀 맞자.



일차함수는 직선을 나타내는 방정식이다.

직선 하나에 애들이 웃고 운다.

선이 부리는 요망한 질문에 선 타던 아이들이 떨어지고 대롱 매달린다.


얘들아, 이런 말 미안한데

선이 끝나면 다음은 피타고라스 할아버지가 삼각형 들고 기다리고 계셔. 선을 즐기렴.



화요일까지는 선과 줄넘기한다.










이번 주 다음 메인에 강아지 글 두 개가 올랐다. 옆집 보리랑 같이 올라 더 기뻤다. 다음이가 내 개를 좋아해서 고맙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건너편에서 저렇게 바라본다. 나보다 나를 더많이 바라보는 아이. 뭣이 중하겠는가. 책을 덮는다.













작가의 이전글 성취가 혐오가 되지 않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