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경험은 겪은 것이 아니다. 선택적인 기억이다. 경험은 철저히 정치적인 것이다. 경험은 저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길 때 비로소 떠오르고 인지되고 해석된다."
6.20
내 개 이야기가 다음 메인에 올랐다.
내 개 사진 때문인 거 같다.
내 개는 모르는 내 개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내 개에게 무슨 의미일까 싶지만
내 개에게 의미 없는 그 일이 나는 기쁘다..
내 개도 알면 좋겠다 싶다가 알아도 좋아하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게 무슨 소용이야. 간식이나 줘라고 할 게 뻔하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지만 내 개를 보면
인간의 일희일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내 개가 없는 내 글이 메인에 잘 오르지 않는다 하여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나는 내 개를 이기지 못하고 알고 있듯 내 개가 나보다 자주 더 낫다.
6.21
"문장이 무언가를 표현하기보다 오로지 문장 자체로 빛난다면, 삭제해야 한다. 제 아무리 아름답고 심오한 문장이라 해도."
문장 자체로 빛나는 문장을
삭제하더라도 어디 한번 써보기라도 하고 싶지만
대부분 태어나길 삭제될 운명의 문장만 쓴다.
6.22
라이언이었다 조이가 된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글 얘기를 오래 나눴다.
글로 만나 말로 이어지는 몇 시간이 서로를 다 알려줄 리 만무하지만 그가 라이언보다는 조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찮은 귀가 멀리서 온 걸음을 놓쳤을 수 있는데
좋은 음성과 발음 덕분에 잘 들었다 확신한다.
글친구가 밥친구가 됐다.
조이다운 글을 쓰시길 응원한다.
6.23
법륜스님 말씀을 들었다.
"내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냥 그쪽으로 안 가면 돼요. 나와 세상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싶으면 그냥 자기 방식대로 가면 돼요. 나처럼 불교 안에서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자기 식대로 하면 돼요. 대신 왕따를 당해요. "
사람들이 웃었다. 스님도 웃으셨다. 나도 웃었다.
자기 길을 간다는 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인가.
나도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교양 있고 점잖게 험담하는 이상한 꼴을 겪었다.
그때도 힘들었고 상관없는 사람이 되고도
분이 안 풀려 후유증이 오래갔다.
그 일로 여러 가지를 깨달았지만
내가 생각보다 혼자 잘 논다는 것.
미움과 실패에 내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법륜 스님도 왕따셨다니 건방지게 반갑다.
6.24
시험기간이라 토요일 일요일에도 수업을 한다.
함수가 어렵냐.
네.
뭐가 그렇게 어렵냐.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한 달 내내 배웠는데 기울기가 뭔지 와이 절편이 뭔지 모르겠다고,
네.
나는 네가 뭔지 모르겠다.
선생님 저 시험 어떡해요?
백 명이 있는데 어떻게 백 명 다 수학을 백 점 맞겠냐.
마는, 너는 일단 좀 맞자.
일차함수는 직선을 나타내는 방정식이다.
직선 하나에 애들이 웃고 운다.
선이 부리는 요망한 질문에 선 타던 아이들이 떨어지고 대롱 매달린다.
얘들아, 이런 말 미안한데
선이 끝나면 다음은 피타고라스 할아버지가 삼각형 들고 기다리고 계셔. 선을 즐기렴.
화요일까지는 선과 줄넘기한다.
이번 주 다음 메인에 강아지 글 두 개가 올랐다. 옆집 보리랑 같이 올라 더 기뻤다. 다음이가 내 개를 좋아해서 고맙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건너편에서 저렇게 바라본다. 나보다 나를 더많이 바라보는 아이. 뭣이 중하겠는가.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