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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ul 16. 2023

일기

7월11일~7월16일



7.11


이열치열 이라

이독치독 이겠다.


'고독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있는, 홀로이다. 그러므로 하나 속의 둘이다. 반면 외로움 속에서 나는 모든 타인들에 의해 버려진 그야말로 하나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고독과 외로움을 혼용했단 생각이 들었다.






7.12


구조가 폭력적일 때 그 구조의 온순한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은 결국 구조적 가해자다. 밑줄.






7.13


음악 선물. 이무진의 '비와 당신'을 듣는다. 귀가 많이 망가졌구나 실감한다. 노래와 반주가 제 음보다 반음 낮게 들려 음치가 부르는 노래같다. 어느 높이 이상의 음은 들리지 않는 걸까. 가사를 읽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그도 좋았다.비의 추억을 뒤적였다.






7.15


친구와 차를 마셨다. 지난 번 봤을 때 엄마와 싸웠다 해서 화해는 했는지 물었다. 식구답게 초복에 삼계탕 먹으러 가 화를 풀었는데 냉동실에 한 접이나 빻아 얼린 마늘을 보고 또 싸웠다 한다. 두 식구 사는데 왜 마늘을 한 접씩이나 사는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옛날엔 다 그랬지. 나는 엄마가 매해 쟁여둔 천일염을 7년이나 먹었다. 그렇게 한참 옛날 얘기를 했다.


중복이 있으니 화해할 수 있을거라 말해줬다. 복잡한 냉동실 정리 비법도 전수했다. 일주일쯤 고장나면 한 접 마늘이 사라질거라고. 여름엔 복날이 있어 싸운 식구들이 화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초복 중복 말복 삼세판까 가능하다.







7.16


아침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더위에 지친 건지 비에 눅눅해진 건지. 장군이가 곁을 지켰다. 장이 아침을 줘도 먹으러 가지 않았다. 장군이 밥 먹이려 억지로 일어났다. 밥 그릇을 내밀고 쭈그리고 앉으니 발등에 얼굴을 빈다. 바라본다. 걱정해주는걸까. 괜찮아 라는 말을 알아 들을까. 쪼끄만게 자꾸 나를 내 영혼을 지킨다.





요즘엔 강아지 자랑하려면 만 원 내야 한다던데,  장군이는 너무 사랑스럽다.



핸드폰을 오래하면 오른손을 못 쓰게 한다. 알았어. 그만할게.


뒤에 있는 선풍기는 신일 선풍기인데 얼마나 튼튼했는지 십오년 넘게 고장없이 썼다.

흑백사진첩 뒤지다 사진을 찾았다. 선풍기 앞에 앉은 아기는 나고 아마 18개월쯤 됐을 것이다. 사글세 살 때였는데 내가 주인 집 선풍기 버튼을 꼭꼭 눌러 주인 아줌마가 고장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야단을 쳤다 한다. 당시 선풍기가 귀했다. 있는 집이 많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분해 2년 할부로 신일 선풍기를 샀다. 그때는 지로도 없어 할부금을 직접 내러 가서나 받으러 왔다. 홧김에 사놓고 전기세 무서워 얼마 안틀었을 것이다. 가난한 집 보물 1호로 오래 자리매김했다. 얼마나 튼튼한지 15년 넘게 고장 한 번 안났다. 여러 번 이사 중에 낡아 버렸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골동품으로 남겨 뒀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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