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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Sep 10. 2023

일기

9월 4일~9월 8일




9월 4일


일기라지만 글감이다. 글 되기 전 글. 어느 날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9월 5일


장군이가 유치원을 자퇴했다. 유치원 가자 하면 혀를 날름거리고 일어나질 않는다. 친구 좋아하고 산책할 때 만나면 매너 있고 쾌활해서 유치원 적응이 힘들 줄 상상도 못 했다. 대학 안 가겠다 폭탄선언한 아들 사건 이후 이런 충격은 처음이다.


괜찮아 장군아.

졸업하고 초등학교 갈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살자. 네겐 자퇴할 자유, 세상을 왕따 시킬 권리가 있다.







9월 6일



어쩌다 귀가 그리 됐노.

친구가 묻는다.

잘 듣지 못하는 내 귀가 안 된 모양이다.


삶의 폭을 많이 맞아서 그런가 봐. 폭음에 귀가 먹었나 봐. 너무 시끄러운 세상을 통과했나 봐.



1991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독일에 투하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폭탄을 이라크에 퍼부었다. 30년도 더  됐지만 엄청난 폭음에 귀가 먹은 아이들이 비틀거리며 바그다드 거리를 헤매고 다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어딘가에선 반복될 일이다.  


고작 가는귀에 폭음을 들먹인 게 부끄러웠다. 윤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가 윤리적이지 않을 때 아무리 멋진 표현이라도 진정성을 잃는 법이다.






9월 7일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들이다. -은희경


나를 바꾸는 바꿀 수 있는 바꾸고 있는 타인은 누구인가. 






9월 8일


딸애 월급날. 신난다.

매달 아들 딸 월급날을 기다린다. 삥 뜯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킨 내놔라 족발 내놔라 아이스크림 쏴라 한다. 역시 얻어먹는 게 최고다.  


이 달엔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 달라했다. 지금 사용하는 것은 몇 년 전 아들이 생일 선물로 준 것인데 집에 하나 학원에 하나 놓고 써야다. 아들 딸이 돈 번다고 같은 걸 두 개씩이나 산다. 부자 된 기분이다.









대놓고 오지마 하는 중.


요즘엔 안 뜯어 먹었는데 오랫만에 아작 내놨다. 그래놓고 모르쇠하는 표정. 니가 안했음 내가 했겠냐 이놈아!!


임은자 작가님 동시출간 기념 북토크. 윙크를 부르는 동시집이다. 활기차고 다정하신 분. 에너지가 부럽다. 축하드리고 응원한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줄 아는 장군이. 개에게 엘리베이터는 어떤 느낌일까. 벽이 열리고 안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면 문이 열리면서 다른 세상이 나오는 기분일까. 해리포터~



9월의 해맞이 공원. 장군이와 함께.사랑해 장군아. 가을되니 너는 더 귀엽구나.


딸이 보내준 사진. 사인이 사람을 닮았다.


UFO같은 반딧불이. 낚시간 장이 보내줌. 예전엔 흔한 것들이 찰나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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