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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의 다정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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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Sep 8. 2023
아래로
정수리가 가라앉아 가르마를 바꿨다.
오랫동안 같은 쪽
으
로만 누웠던 머리카락이 그리론 안 가련다
버틴다.
며칠
새
유연해진 머리카락
,
기억과 버릇은 그보다 완
고
하지만 숱 적은 정수리
가
얼굴 가리며
달
랜다.
식탁을 조리대 쪽으로
두
고 쓰다 가로 세로를 바꿨다.
앉자마자
안
기는 하늘과 바다.
거실을 돌린 것도 아닌데 풍광이 달라졌다.
그대같은 하늘,
너같은 바다,
식탁이 시를 쓴다.
바꾼 가르마가 다른 길을 낸다.
대단할 거 없이
거창하지 않게
누운 쪽 앉은 자리 돌릴
딱 그만큼의 용기
그 정도의 결단
미처 못 보고 지나친 풍경 속에 존재의 의무를 내려놓는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
그만큼의 다정함으로.
가을이 오면,
아침, 식탁에 앉아 숨은 강아지를 찾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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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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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삶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차있지요.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답니다. ㅡ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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