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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의 다정함으로

by 밤이



정수리가 가라앉아 가르마를 바꿨다.

오랫동안 같은 쪽로만 누웠던 머리카락이 그리론 안 가련다 버틴다.

며칠 유연해진 머리카락,

기억과 버릇은 그보다 완하지만 숱 적은 정수리 얼굴 가리며 랜다.



식탁을 조리대 쪽으로 고 쓰다 가로 세로를 바꿨다.

앉자마자 기는 하늘과 바다.

거실을 돌린 것도 아닌데 풍광이 달라졌다.

그대같은 하늘,

너같은 바다,

식탁이 시를 쓴다.



바꾼 가르마가 다른 길을 낸다.

대단할 거 없이

거창하지 않게

누운 쪽 앉은 자리 돌릴



딱 그만큼의 용기

그 정도의 결단

미처 못 보고 지나친 풍경 속에 존재의 의무를 내려놓는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만큼의 다정함으로.








가을이 오면,












아침, 식탁에 앉아 숨은 강아지를 찾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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