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는 삶, 아주 작은 성취에 대한 이야기
살면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어록들이 있다. 故 신해철 님은 '인생은 보너스 게임'이라는 말을 했었다. 전문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찾아보았다.
인생은 산책이다. 생명은 태어나는 것 자체로 목적을 다한 것이기 때문에 인생이란 보너스 게임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하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16246260
인생은 보너스 게임이다. 태어난 것으로 이미 목적을 다 이룬 셈이다. 이 말에 크게 공감하며 살아왔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를 합리화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살면서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간절히 바라는 것도 없었다. 주어진 것에 불만이 없었고, 그렇다고 엄청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행복조차 인생의 목적은 아니었다. 마치 보너스 게임처럼. 이루어야 할 목적 없이 그냥 덤으로 주어지는 스테이지처럼. 그냥 살면 되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이 생겼다. 삶의 '목적'이자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회수되었다.
다시 보너스 게임의 삶으로 돌아왔다. 특별한 목적이 필요하지 않은 삶.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한 삶. 이전과 같이 외부에서 보이는 상황은 너무나도 평온하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보너스 게임인 이 삶이 견디기 힘들다.
보너스 게임의 역할은 뭘까. 보너스 게임은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방해물이 없고 대신 보상이 넘쳐난다. 널려있는 보상만 잘 쌓으면 된다. 하지만, 보너스 게임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체 게임의 일부이다. 보너스 게임에서 얻은 보상은 본 게임을 위해 있다.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게임이라면, 보너스 게임에서 얻은 보상을 가지고 물약을 사거나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이다. '목적 없다고 하는' 보너스 게임은 오히려 '목적'을 잘 이루어주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은 본 게임이 없는 보너스 게임을 살고 있다. '목적'도 없으며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영원히 보너스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마치 평온한 감옥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했다. 보너스 게임에서도 규칙을 가지고 게임을 해야겠다. 마치 원래 해야 하는 게임이 있는 것처럼. 왜 우리는 게임을 할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성취감을 얻고 싶어서일 것이다. 인생이 벗어날 수 없는 보너스 게임이라면, 우선 성취를 해보자. 뭐라도 성취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해야 할 것을 세우고 움직이고 이를 이뤄보자.
이 긴 이야기는 사실 사실 브런치를 '작가'로서 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목적도, 그에 따른 계획도, 나아가야 할 방향도, 더불어 삶의 이유도 모두 상실해 버린 지금. 나만의 규칙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퀘스트를 만들어냈고, 이루었다.
벗어날 수 없는 보너스 게임에서 '해야 할 것'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의식적으로 달성하려고 한다. 앞으로는 '해야 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이 규칙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보너스 게임을 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