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기본값

평생 글을 쓰는 삶을 꿈꿉니다.

by 책닮녀

오늘 아침엔 올해 최고의 감동을 안겨주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저자 황보름 작가님과의 온라인 만남에 참여했다. IT회사에 다니다가 해 보고 싶은 일을 딱 10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퇴사를 하고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기 시작하셨단다. 그리고 글쓰기 수업을 통해 글을 쓰다 보니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열심히 글을 써서 투고했지만 첫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고 했다. 거절 메일이 오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며, 거절 메일은 저녁에 보내는 주는 걸 국룰로 만들면 좋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거절은 작가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해요.


거절은 작가의 기본값. 작가라면 거절에 일희일비하고 흔들리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게 작가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한 기본값이라고. 아직 출간 전이지만 투고에 성공하여 출간 계약을 한 나의 원고도 실은 수많은 거절을 당했었다. 무작정 작가가 되고 싶어 쏟아낸 글은 하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용감하게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정말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때 겁도 없이 투고한 내가 이제야 참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숱한 거절을 겪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선 이 기본값을 먼저 입력해야지’라고 알려주듯 거절 메일은 내가 문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나에게 돌아왔다. 거절 메일은 정말이지 적응이 되지 않다. 아침에 거절 메일을 받으면 아침이라 그날 하루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낮에는 햇빛은 반짝이는데 속은 문드러져 짜증이 났고, 저녁에는 찬란한 달빛에 싱숭생숭해져서는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나라는 사람이 뭐라고, 그깟 책 안 쓰면 뭐 어떻다고 이렇게 끙끙대고 있는가 하며 포기하고 싶을 때도 정말 정말 많았다.




강의 중 작가님 말씀 중 하나 더 오래 남는 구절이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면 작가가 되는 길은 열리는 것 같아요.”



맞다. 진짜 사실이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쓴 글이 아까워 다시 쓰고 다듬고 오랜 퇴고를 거쳐 나는 또 문을 두드렸다. 거절의 상처가 조금 아물어 갈 때 즈음, 새살이 돋아나 흔적은 있지만 아프지 않을 때 즈음이었다. 이번에는 밴드도 준비하고 빨간 약도 준비해 놓고서는 작은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물론 이번에도 '아직 기본값이 부족한 것 같은데? '라며 거절을 당하기도 했지만, 또 몇몇 곳에서는 ‘흠~ 기본 값은 잘 입력되었군.’ 하며 내게 함께 하지 않겠냐고 손을 건네 왔다.



작가의 기본값이 거절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님의 말에 작가로 살고 싶은 마음이 다시 움츠러든다. 당해도 당해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거절은 언제쯤 인이 박힐까?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으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그 말, 작가가 된 사람들이 모두 하는 그 말, 나 또한 하는 그 말이 포기할 수 없게 한다. 작가님은 10년을 두고 보며 미래를 꿈꿨다는데, 고작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은 내가 욕심을 부리면 안 되지 하며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세상을 살면서 거절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류시화' 시인의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제목을 읊조려본다. 언제나 글을 쓰고 계속 작가로 살고 싶다는 황보름 작가님의 말처럼 나도 그렇게 평생 글과 함께 하고 싶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글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상처받은 채로 상처받으며 상처와 함께 계속 글을 쓰고 싶다. 매일매일 조금씩 쓰는 하루, 지금처럼 글쓰기가 머릿속에 마음속에 내 삶 순간 속에 가득 찬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작가의 기본값은 거절이면서

동시에 다시 또 계속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