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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Mar 29. 2024

롯데 자이언츠 좋아하시나요?

그럼 일희일희합시다.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징크스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다. 자신이 경기를 보면 진다거나, 이기고 있는 경기를 보면 꼭 역전당한다거나 하는 그런 승패에 전혀 영향력이 없는 오로지 나만의 징크스. 나 역시 내가 야구 관련 글을 쓰고 나면 꼭 팀이 지곤 하더라는 말도 안 되는 징크스가 있어서 야구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가 글을 써도 지고, 안 써도 지니까 오늘은 그냥 쓰기로 했다.  



나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다. 봄데 봄데 하는 롯데는 -봄에만 반짝 잘한다 하여 봄데라고 부르는 - 날씨가 아직 추워서 인지, 꽃피는 봄이 오지 않아서인지 요즘은 봄데도 어려운 현실이다. 개막 이후 단 한 번의 승리도 가져가지 못했다. 가을 데는커녕 봄데라도 되어보면 좋겠고만 녹록지 않다.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어야 하나 애써 아픈 마음을 삼키며 쓰라린 일주일을 보냈다. 144경기에 몇 퍼센트 안 되는 짧다 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승리 하나 패배 하나 때문에 나중에 울고 웃는 팀이 달라지니까 속상하고 조바심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어렵게 첫 승을 챙겼다. 이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야구를 좋아하는데도 누가 야구 이야기를 꺼내면 1승도 못한 내 속이 썩어 문드러져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야구 좋아하는 지인이 연락해 올까 봐 무서운 시간들이었다. 더구나 나는 집에서도 외로이 홀로 롯데를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집안의 곰돌이들이 승리 운운하며 동정의 눈길이라도 보내면 화가 치솟았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야구 게임 광고가 나온다. 그 광고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왜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이렇게 고통받을까?'라고. 진짜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스트레스를 부러 받는 건지. 야구를 좋아하려고 좋아한 아닌데, 어쩌다 보니 야구를 보다 보니 인생과 야구가 너무 닮아서 계속 눈길이 가고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마치 같아서 마음이 쓰이는 그래서 삼진 아웃 당하면 헛웃음도 나왔다가 실책이라도 나오면 육두문자도 등장하곤 한다. 누가 좋아하라고,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라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야구를 좋아하다 보면 고통은 어쩔 없는 법.



속이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머리가 핑 도는 그래서 식욕도 떨어졌다가, 마침내 식욕이 폭발하고 마는 야구의 고통은 뒤집어 보면 행복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일희일비할 수 있다는 게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매 시즌을 시작하며 다짐한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1위 한다고 좋아하지 말고, 연승한다고 좋아하지 말고, 연패한다고 포기하지 말자고. 근데 이제는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일희일희 해 보자고. 패했다고 슬퍼하지 말고, 연패했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은 같지만 하루하루 경기의 기쁨을 찾아보기로. 작은 수비 하나에 기뻐하고, 작은 득점 하나에 기뻐하고, 또 그런 수비나 그런 기쁨이 없어도 프로야구 창단 이래 여전히 최고의 팬을 유지하며 팀을 이어오고 있어서, 내가 그런 팀을 좋아하고 응원해서 기뻐하자고. 그렇게 다짐해 본다. 너무 구차한가.....그렇지만......... 연승으로 일희일희하면 더 좋겠다는! 최강 롯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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