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좋아하시나요?
그럼 일희일희합시다.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징크스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다. 자신이 경기를 보면 진다거나, 이기고 있는 경기를 보면 꼭 역전당한다거나 하는 그런 승패에 전혀 영향력이 없는 오로지 나만의 징크스. 나 역시 내가 야구 관련 글을 쓰고 나면 꼭 팀이 지곤 하더라는 말도 안 되는 징크스가 있어서 야구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가 글을 써도 지고, 안 써도 지니까 오늘은 그냥 쓰기로 했다.
나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다. 봄데 봄데 하는 롯데는 -봄에만 반짝 잘한다 하여 봄데라고 부르는 - 날씨가 아직 추워서 인지, 꽃피는 봄이 오지 않아서인지 요즘은 봄데도 어려운 현실이다. 개막 이후 단 한 번의 승리도 가져가지 못했다. 가을 데는커녕 봄데라도 되어보면 좋겠고만 녹록지 않다.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어야 하나 애써 아픈 마음을 삼키며 쓰라린 일주일을 보냈다. 144경기에 몇 퍼센트 안 되는 짧다 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승리 하나 패배 하나 때문에 나중에 울고 웃는 팀이 달라지니까 속상하고 조바심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어렵게 첫 승을 챙겼다. 이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야구를 좋아하는데도 누가 야구 이야기를 꺼내면 1승도 못한 내 속이 썩어 문드러져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야구 좋아하는 지인이 연락해 올까 봐 무서운 시간들이었다. 더구나 나는 집에서도 외로이 홀로 롯데를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집안의 곰돌이들이 승리 운운하며 동정의 눈길이라도 보내면 화가 치솟았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야구 게임 광고가 나온다. 그 광고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왜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이렇게 고통받을까?'라고. 진짜 나는 왜 야구를 좋아해서 스트레스를 부러 받는 건지. 야구를 좋아하려고 좋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야구를 보다 보니 인생과 야구가 너무 닮아서 계속 눈길이 가고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마치 나 같아서 마음이 쓰이는 그래서 삼진 아웃 당하면 헛웃음도 나왔다가 실책이라도 나오면 육두문자도 등장하곤 한다. 누가 꼭 좋아하라고,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라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야구를 좋아하다 보면 고통은 어쩔 수 없는 법.
속이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머리가 핑 도는 그래서 식욕도 떨어졌다가, 마침내 식욕이 폭발하고 마는 야구의 고통은 뒤집어 보면 행복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일희일비할 수 있다는 게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매 시즌을 시작하며 다짐한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1위 한다고 좋아하지 말고, 연승한다고 좋아하지 말고, 연패한다고 포기하지 말자고. 근데 이제는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일희일희 해 보자고. 패했다고 슬퍼하지 말고, 연패했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은 같지만 하루하루 경기의 기쁨을 찾아보기로. 작은 수비 하나에 기뻐하고, 작은 득점 하나에 기뻐하고, 또 그런 수비나 그런 기쁨이 없어도 프로야구 창단 이래 여전히 최고의 팬을 유지하며 팀을 이어오고 있어서, 내가 그런 팀을 좋아하고 응원해서 기뻐하자고. 그렇게 다짐해 본다. 너무 구차한가.....그렇지만......... 연승으로 일희일희하면 더 좋겠다는! 최강 롯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