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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Sep 24. 2017

투명하고 담백하게 살고싶은 마음

난 스스로를 감추는 면이 있다.

좋은 걸 솔직히 좋다고 못한다.

이걸 좋아한다고 했을 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지 걱정이 되곤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한창 빠졌을 때는 일주일에 세번은 먹었었다.

그 땐 그걸 남자친구에게 말하지 못했다.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1. 내가 떡볶이만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맨날 떡볶이만 먹으러 가자 그러면 어떡하지(난 혼자서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 남자친구와는 맛있고 비싼걸 먹고 싶은데)

2. 뭔가 내 입맛이 시시해보이면 어떡하지

3. 살찌겠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등등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그게 싫었다.


또한 나는 회사사람들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다.

어떤 걸 좋아하는지, 뭘 사고싶은지 뭘 느꼈는지 등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고

어떤 나의 취향을 말하게 되면

나에대한 그들만의 편견이 생기는게 두려웠다.


아주 단편적인 나의 모습으로 만든 틀을

내가 끝까지 가지고 가야만 하는 것이 싫었다.

그 틀안에서 난 그렇지만은 않다고

덧붙여 설명하는 것은 더더욱 피곤했다.


그래서 sns도 모두 아는 사람이 아닌 완전한

타인만에게 열어둔 채로 살아왔다.

근데 그게 깨졌고 그렇게 난 그래,

더이상 감추거나 나를 숨기지 말고

좀 더 드러내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일까?

솔직하고 투명하게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잠시뿐이었지만 난 그렇게 사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역시나 나에대한 어설픈 판단이 생긴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은 그럴 이유도 필요도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감정은 보여줘야하는 것이 아니라

잘 다스려야만 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회사 속에서는

만사가 다 내가 솔직해져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때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보여주는 채로 사는 것이

오히려 나다운 것이라는 걸

오늘 깨달았다.

응 난 누구처럼 솔직하진 않을 수 있다.

근데 단지 누군가가 보기에 비밀스러운 면이

있을 순 있어도 나 스스로 살면서

정직하고 떳떳하니까

상관없다.


이게 내 마음이 가장 편하다면

굳이 바꾸지 않는 것이 맞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타인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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