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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Oct 06. 2018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


다시 혼자가 되고 싶었다.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너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너가 없을 때

나는 집착하지 않았고

나에게 집중했고

먹는 것 입는 것 일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누군가의 연락, 누군가의 애정, 관심에

목 매지 않았다.


너를 만나고

한동안은 너를 사랑하진 않았다.

그 때 넌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다.

그렇게 나도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난 더 행복해졌어야 맞는데


점점 불행해졌다.


그 이유는

당신에게 예전의 모습을 바라는 나

계속 그 때와 같은 사랑을 주길 바라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조금만 달라진 당신의 모습

조금만 내게 달라진 당신의 태도에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있었다.


내일 만나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던 건 난데

얼굴 한 번 보고 헤어지자고

다시 질질대는 것도 나다.


당신이 정말 밉고 싫어져서가 아니라

당신의 애정에 연연하고 매달리는 내가

그리고 그 작은 행동들에 상처받고

다시 당신에게 상처주는 내가 싫어져서

그만 두고 싶었던 거라고

그것이다.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왜 고마워 하지 못했던 건지


이제 다시 노력해보고 싶은데

너무 뒤늦은 생각인것 같고

뭣보다

나조차도 나한테 확신이 없는데

당신에게 날 믿어달라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어떤 말을 하든

난 아마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 아닐까


당신이 진짜로 바라는 게 뭘까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그는 내게 무언가 바라는 걸 말한 적이 없었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난 늘 그에게 바라는 점이 많았고

기대했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근데 지금와서 보니

그 사람은 항상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그런 그를 난 늘 바꾸고 싶어했고

그래서 늘 불만이었고

힘들었다. 그리고 힘들게 만들었다.


벌받는 거라고 생각해야하나


난 단지 내가 너무 서툴다고 느낄 뿐인데

난 그게 잘못인줄 모르고 그렇게

했던건데..

알았더라면

당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았더라면

난 그러지 않았을텐데.


왜 모든 것의 끝을 급하게 내버린 후에야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당신이 제대로 보이는 건지


무슨 말도 안되는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덫에 걸린 역할을

맡은 것 같다.



주인공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고

스스로 상처받고 더 큰 상처가 올거라고

혼자 예상하고 끝을 내버린다.


사실은 아무도 그렇게 한 적이 없는데.


늘 이렇게 끝이난다.


난 정말로 정말로는

혼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당신 옆에서

행복한 사람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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