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혼자가 되고 싶었다.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너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너가 없을 때
나는 집착하지 않았고
나에게 집중했고
먹는 것 입는 것 일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누군가의 연락, 누군가의 애정, 관심에
목 매지 않았다.
너를 만나고
한동안은 너를 사랑하진 않았다.
그 때 넌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다.
그렇게 나도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난 더 행복해졌어야 맞는데
점점 불행해졌다.
그 이유는
당신에게 예전의 모습을 바라는 나
계속 그 때와 같은 사랑을 주길 바라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조금만 달라진 당신의 모습
조금만 내게 달라진 당신의 태도에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있었다.
내일 만나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던 건 난데
얼굴 한 번 보고 헤어지자고
다시 질질대는 것도 나다.
당신이 정말 밉고 싫어져서가 아니라
당신의 애정에 연연하고 매달리는 내가
그리고 그 작은 행동들에 상처받고
다시 당신에게 상처주는 내가 싫어져서
그만 두고 싶었던 거라고
그것이다.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왜 고마워 하지 못했던 건지
이제 다시 노력해보고 싶은데
너무 뒤늦은 생각인것 같고
뭣보다
나조차도 나한테 확신이 없는데
당신에게 날 믿어달라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어떤 말을 하든
난 아마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 아닐까
당신이 진짜로 바라는 게 뭘까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그는 내게 무언가 바라는 걸 말한 적이 없었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난 늘 그에게 바라는 점이 많았고
기대했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근데 지금와서 보니
그 사람은 항상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그런 그를 난 늘 바꾸고 싶어했고
그래서 늘 불만이었고
힘들었다. 그리고 힘들게 만들었다.
벌받는 거라고 생각해야하나
난 단지 내가 너무 서툴다고 느낄 뿐인데
난 그게 잘못인줄 모르고 그렇게
했던건데..
알았더라면
당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았더라면
난 그러지 않았을텐데.
왜 모든 것의 끝을 급하게 내버린 후에야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당신이 제대로 보이는 건지
무슨 말도 안되는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덫에 걸린 역할을
맡은 것 같다.
주인공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고
스스로 상처받고 더 큰 상처가 올거라고
혼자 예상하고 끝을 내버린다.
사실은 아무도 그렇게 한 적이 없는데.
늘 이렇게 끝이난다.
난 정말로 정말로는
혼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당신 옆에서
행복한 사람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