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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Jul 09. 2024

내가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

요새 많이 힘들었다.

아기를 키우며 나는 현재가 아닌

자꾸 미래를 보게 되었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니 꼭 미래를 사는

존재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나의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걱정하고 불안했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는 나도 잊었다.

매일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는 육아를 하며

머리와 몸 모두가 피곤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육아공장에

과부하가 왔다.


나는 좋은 엄마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육아 외에 내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하고 싶었다.


그러니 내 욕심은 끝이 없었고 점점 더

불행함만 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은 쌓였던 게 터졌다.

울면서 밤을 지새웠고

그런 나를 남편은 다독여주었다.

몇개월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랜만에 직접 운전해서

혼자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책을 사서 보았다.


그 자체로 좋았다.


책을 반절 정도 읽었는데

너무 인생을 뒤흔들 내용이어서

정리가 필요할 정도이다.


바로 소화하기엔 그 내용의 깊이가 너무

무거워서 당장에 감동과는 다르게

이해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재밌음에도 중간 중간 쉬면서 읽는 중이다.


오늘 내가 느낀 점들이 무척이나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고르자면

결국 요는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나의 어떤 것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더 나아져야한다 그런 꾸짖음과

평가 대신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단 것이다.

세상도 나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드디어 내가 남편과 결혼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간 누가 왜 결혼을 결심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선뜻 그 이유에 대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럴 때 나는 ‘같이 있으면 편안해서..’

라는 이유를 말하곤 했다.


그 말을 그 마음을

드디어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길 ,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내가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를 정말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다는 느낌을

들게하는 사람.


나의 어떤 모습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라봐주는 사람.


그래서 내가 나를 꾸며내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나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나의 못난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사람

이어서.



가짜가 아닌 진짜 나

피부 껍데기 속의 나까지

꿰뚫어 보고도

사랑해주는 게 진심인 사람이어서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나는 분명 실수 투성이에

불안이 많고 자존감 낮은 열등감 덩어리인데


그런 나를 보여주었을 때

직면하고 그 모습조차 꼭 끌어안아준다.

내 모습을 경청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늘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었다.


바쁘게 살다보니 중요한 걸 까먹고 살 때가 많다.

나는 그에게 그런 사람일까

그런 생각도 들고

누군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져지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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