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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연 Jul 25. 2022

[책리뷰] 오늘 학교 어땠어?

선생님이 기록한 반짝반짝 빛나는 학교 생활

초등샘Z 지음 / 책나물


택배사의 잘못으로 잃어버릴 뻔한 책 <오늘 학교 어땠어?>를 우편함에서 꺼내왔다. (사흘이나 거기 있었다니) 아침에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유혹을 못 이기고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트위터에서 시작되었다. '초등생Z' 라는 닉네임의 계정주가 교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생 아이들과의 사연을 짤막한 트윗으로 작성하던 것들이 모여 한 권의 에세이가 되었다. 책이 되기 전부터 언제고 트위터를 들어가면 반기며 기다렸던 이야기들이었다. 


책을 펼치면,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벌써 눈이 촉촉해진다. 


어떤 직업군의 사람은 영영 못 만나 보지만 '선생님'은 나의 기억과 경험에도 깊이 남아 있는 존재라서일까. 어른이 되어 읽는 선생님의 생각들, 내가 몰랐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만만치 않은 교육현장에서 교사로서 소진되는 날을 두려워하며 '버티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발견한 반짝거림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자신을 위한 노력이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서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어쩌면 당연하다. 누군가의 마음과 신념을 버티게 하는 기억에는 특별한 울림이 있다. 어린이 한 사람만 만나도 놀라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20년 넘게 교사생활을 한 저자가 겪었던 아이들의 나날을 이렇게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아이들의 세계에 무지한 어른인 내게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마다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보다 작고 약한 인간, 우리가 애써서 돌보아야 하는 누군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면 그것은 안팎으로 사랑을 전달하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소중하다. 


'오늘 학교 어땠어?'라는 물음 만큼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제목이 있을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아이들의 대답이 귓가에 조근조근 들리는 것 같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표정, 생각, 작은 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교육현장의 어려움과 부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기록한 이야기들은 햇살에 빛나는 모래알들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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