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사람도 악기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러운 마음을 담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더욱 악랄하고 비열하게 들린다. 남의 뒷담화를 할 때뿐만 아니라, 사소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보통 사람과는 달리 굉장히 듣기 싫은 소리, 소음 공해와 마찬가지인 소리를 낸다. 반면,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말소리의 울림부터가 듣기 좋고 편안한 소리를 낸다. 웃음소리도 맑고 온화하다. 그래서 사람이 내는 웃음소리나 말소리도 또 다른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소리만으로 성품이나 인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카페에서 두 커플을 보았다. 한 커플은 위에 말한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주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유형이었고, 나머지 한 커플은 마주 보며 책을 읽으면서 이따금 오밀조밀한 말투로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번째 커플은 보기에도 사랑스럽고, 예쁘게 잘 사귄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그저께가 되어버린 여행지에서 만났던 커플들을 보는 것 같았다. 바닷가가 주는 아름다운 경관 때문이었을까, 여행지에서의 설렘과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커플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귀엽고, 예뻐 보였다. 여자친구의 모습을 예쁘게 담기 위해 열정을 다해 사진사를 자처한 남자친구와, 그런 남자친구를 배려해서 이것저것 신경 써 주는 여자친구의 모습, 커플티를 맞춰 입고 이곳저곳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사진을 찍는 귀여운 커플들, 떨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리본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커플까지..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푸르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눈의 피로를 싸악 씻어 주었다.
갑자기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멀리 있어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이 떠나갈 수도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웃음소리와 누군가의 뒷담화하는 내용을 듣지 않았다면, 그 커플도 아름답게만 비칠 수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일 같다.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에게 나를 보여주는 게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믿었던 사람을 겪어 보고 실망한 뒤로 마음을 여는 게 어려워진 이후..사람에 대한 미련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생각일 수도 있다. 물론,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
혹시 모르겠다. 더 나이가 들면 여느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세상사 별 것 없다는 듯이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고, 동네 친구처럼 또는 손주 보듯이 정을 주고받으며 살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