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하는 삶이란?
Q. 당신에게 절약이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절약"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절약(節約)
(명사) 함부로 쓰지 아니하고 꼭 필요한 데에만 써서 아낌.
사전적 정의를 보고 나니, 제가 생각하는 '절약'과는 다소 달라 보입니다.
제게 있어 절약이란 의미 없는 행동(구매든 뭐든)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게 제일 솔직한 답변입니다. 돈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의미 없이 쓰는 건 낭비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재화나 서비스, 시간을 소비하는 데 있어 스토리가 있고, 의미가 있다면 낭비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할 수밖에 없으니, 사전적 정의와는 조금 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 여행 계획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여행도, 언제나처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1, 2, 3, 하나 씩 총 세 곳을 예약했습니다. 일단 "여행 중에 굳이 한 끼에 40~50만 원 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3시간 동안 혼자 밥을 꼭 먹어야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미 사전적 정의로 보면 '절약'과는 매우 먼 행위입니다. 어차피 여행이라는 게 돈 쓰러 가는 거니 어느 정도 양해가 될 순 있겠지만, 솔직히 낭비, 사치에 가깝죠.
하지만 파리에서 방문할 예정인 'LE PRE CATELAN'은 낭비 혹은 사치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2년,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돈을 모아 생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이라는 사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10년 만에 그곳을 재방문하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파리 여행 중에는 추억팔이가 메인 테마이기에, 굳이 다른 3 스타 레스토랑들 대신 LE PRE CATELAN을 방문하는 건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쓰지 아니하고 꼭 필요한 데에만 써서 아꼈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글을 마무리하려 보니 문득... 결국 전 지금까지 '절약'을 한 적은 없고, '낭비'나 '사치'를 하지 않았을 뿐이네요, 물론 이마저도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과 기준에서. 냉정하게 보면 스토리나 의미라는 게 모두 제가 제 소비를 '합리화'하는 변명에 불가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의미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절약이라 생각한다 해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절약'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절약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서도 아직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덜어내는 삶'을 살아보겠다 다짐했으니, 앞으로는 사전적 정의의 '절약'과 제가 생각하는 '절약'의 어느 중간 지점을 찾아 절약하는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할 수 있겠죠...? 해내면 좋겠네요. 절약... 도 해보겠습니다.
2022년 7월 15일 금요일, The Hoxton, Rome 레스토랑 Beverly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