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캡슐커피 머신이 대세라더라.” 누군가 던진 말 한마디에 곧장 공장을 알아보고, 비슷한 사양에 색상만 살짝 바꾼 제품을 넣어두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는 재고가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소모성 유행은 뒷심이 없다. 소비자는 ‘다음 신상’을 찾고, 남는 건 재고와 광고비다. 직관만 믿고 뛰어든다면 파도타기가 아니라 파도에 떠밀리는 셈이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순간은 멋지지만, 그 장관을 가능케 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엔진·동체·항법 시스템이다. 파일럿이 아무리 베테랑이어도 엔진 출력이 부족하면 고도는 오르지 않는다. 사업도 같다. 탄탄한 상품기획과 사업전략이 항공기를 완성하고, 마케팅은 조종간을 쥐어 소비자라는 활주로 위로 부드럽게 이륙시킨다. “광고비만 늘리면 매출은 따라온다”는 믿음은 자동차에 날개를 붙이고 이륙을 시도하는 격이다.
잦은 미팅에서 “우리는 뭐가 다르죠?”라는 질문을 던지면 종종 정적이 흐른다. 실제로 차별점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을 구조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사 대비 기능적 강점(더 오래가는 배터리), 감성적 강점(전용 커뮤니티가 주는 소속감), 경제적 강점(구독형으로 초기 비용 절감)처럼 ‘가치 단서’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마음속에 고유 좌표가 찍힌다.
문제 정의 — “누가, 언제, 무엇을 불편해하는가”를 정량 데이터로 검증
가치 제안 — 제품이 해결할 문제를 숫자·스토리 양면으로 명료화
비즈니스 모델 — 원가, 가격, 채널, 파트너십까지 매끄러운 수지 구조 설계
브랜드 서사 — ‘왜 우리여야 하는가’를 담은 내러티브 구축
이 네 축이 탄탄할 때 마케팅 효율은 지수 함수처럼 꺾인다. 반대로 허술하면 광고비 투입이 곧 비용 손실로 귀결된다.
마케팅은 마중물이자 증폭기다. 초기에는 숨겨진 가치를 끌어올리고, 제품–시장 적합(Product–Market Fit)을 찾으면 사용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모아 제품 개선으로 순환시킨다. 이 선순환이 짧을수록 성장 곡선은 비약적으로 가팔라진다. 결국 “잘 만든 제품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문제와 해결책이 30초 안에 설명 가능한가?
가격·원가·광고비를 합친 손익분기점(BEP)을 정확히 아는가?
경쟁사 대비 가시적인 우위 3가지를 문장으로 적을 수 있는가?
첫 100명의 고객이 기대할 경험을 세부 시나리오로 그렸는가?
위 네 가지가 “Yes”라면 비행 준비 완료다. “No”라면 활주로 위에서 전속력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사업기획과 사업전략이 80%, 마케팅은 20%라는 공식은 업계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날개 없는 비행기는 뜨지 않는다. 먼저 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다음 숙련된 파일럿에게 조종간을 맡겨라. 그러면 흔들리는 기류 속에서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