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퇴사 10개월 차 백수의 빅데이터 특수대학원 들어간 뒷이야기
사실 1년을 훌쩍 넘게 일을 쉬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 과정들이 새로운 앎과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많은 생각들로 점철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현실에서 아주 거리를 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내 마음이 그랬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세상의 목소리에 모두 응답할 필요는 없다손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나와 나의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등지고 마이웨이를 외치기에 나는 아직 여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퍽 잘 길들여진 사회적 존재였다. 그걸 느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서 올 7월쯤부터 일을 다시 시작하였는데,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특수대학원 선배들과 동기분들이 얼마나 고된 나날들을 보내왔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고백하건대, 나 몇 번 결석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의 복합적 작용으로, 말 길게 안 한다. 그래, 나 몇 번 결석했다. 정확히 몇 번이냐고 묻는다면, 갠톡 바란다.
그만큼 나의 근태는 궁서체다. 혹은 내 상대적 성실성은 '가는 안상수체' 정도 될 듯..
특수대학원도 출석, 중요하다.
직장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학부와 마찬가지로 특수대학원의 출석 또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시험의 변별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출석의 비중이 30% 정도만 돼도 출석으로 학점이 많이 갈리는 걸 보았다.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3학기 정도 다녀본 경험적 지식에 기대면, 그리고 주변 원우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추측하건대 과목당 1~2번은 몰라도 3번 이상 결석하게 되면 A 학점 받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느낀다. (특수대학원이 학점 인플레가 있는 편이라 대다수 과목이 A학점 못맞으면 상위권이라 보기 힘듦. 물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물론, 과목마다 편차가 크게 존재하기는 한다. 좋은 학점을 퍼주시는 교수님의 경우는 이런 작은 근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고, 시험 성적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 힘을 많이 주는 교수님이라면 역시 출석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해질 수 있긴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보니 학부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도 직장인의 애로사항에 대해 참작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모두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직장인들이 대다수인 특수대학원의 특성상 사전에 이야기만 되면 타당한 사유로 인한 결석은 정상 참작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출석 체크를 하더라도 수업 말미에 하시는 경우도 있고, 수업 전반부에 출첵해도 수업 종료 후에 말씀드리면 지각이 아닌 정상 참작으로 진행하시는 교수님도 계시다.
즉 학부보다 훨씬 러프하게 출결을 관리하시는 편이다. 아무래도 직장인들이 현실적으로 칼퇴가 어렵거나 기타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함을, 그리고 학교와 일터 간 거리로 인해 정시에 도착하기 힘든 부분 등을 많은 교수님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계신다. 사실 Must가 아님에도 상당히 감사한 부분이다.
(물론 세상만사 예외는 존재, 절대 칼같은 분들도 계시다.)
그래도 1교시는 빡세다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1교시 시작 시각이 18:45 인 것은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느낀다. 18시 정시에 퇴근해도 학교에 19시에 도착하는 원우 분들이 꽤 되며, 일부 회사의 경우 19시 퇴근이라 1교시는 사전 직장과의 협의가 없다면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리니까.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의 수업시간이 임박하면, 정말이지 헐레벌떡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펼쳐진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살 시간조차 사치다. 물론 나는 버젓이 잘 사고 김밥도 먹고 들어가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부분을 교수님들이 대다수 알고 계시므로 19시 이후에 출석해도 FM of FM 교수님만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에 도착하는 분들이 많기에 좋은 자리(맨 뒷자리, 핸드폰 충전 되는 구석 벽쪽 자리)를 맡지 못하기도 하고 가끔은 서서 듣는 경우도 드물게나마 발생한다.
결론 : 수업을 잘 듣고 회사와 최대한 협의하자.
뻔한 결론이다. 수업을 잘 들어야겠다.
그리고 경력이 좀 되신 분들이라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 나처럼 경력이 부족하거나 사원~대리급의 학생이라면 회사에 최대한 양해를 구해 숨 돌릴 틈을 마련하는 것이 베스트겠다. 자체 지각을 통한 방법이 가용한 대안이나 마음이 급한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유연 출근제가 적용되는 회사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이직을 한다면 면접 시에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고, 정 안되면 나처럼 수업을 2교시에 편성하면 된다. 그렇지만 2교시로 제한할 경우 가용 수업이 제한적이라 원치 않는 과목을 들어야 하고 그러면 재미가 반감되어 출석률이 낮아지고 그럼 학점에 고스란히 결과가 반영되고 이럴 바에는 그냥 1교시를 듣는 것이... 그러자니 빈번한 지각과 결석으로 인해 돈이 아깝고 학점도 안 나올 것이고 회사는 인정해 주지 않을 것 같고 할 수 없이 2교시에 편성하자니 가용 수업이 거의 없어서 원치 않는 과목을 들어야 하고...
그러하다. 그러니, 회사와 쇼부를 잘 치자.
졸업 직전부터 현재는 코로나 시국이 되며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형태라 오프라인 출석에 대한 러쉬아워급 긴장감은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강의가 대학원 강의의 참맛이며 교수님과 동료들과 더 밀접하게 스킨쉽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주기 때문에, 하루속히 코로나 시국이 완회되어 학교생활도 정상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