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에 한 걸음
입국장에 들어오고서 부터 바쁩니다.
주문해 뒀던 면세품들을 찾으러 가는데
샤워기 필터를 한다발 찾아들고
무선 베터리에 전기장판에 마그네슘까지
인도에서 필요한 것들만 잔뜩 주문해 놨습니다.
면세점에서 뭔가를 이렇게 많이 산건 태어나 처음이네요
바리바리 찾아 들고는 겨우겨우 가방에 넣는데
어째 짐이 너무 많은 것 같았네요.
그래 뭐 1년동안 쓸 것들이니까
함께 출국하는 동료를 만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각자 가족과 헤어질때를 떠올리고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내가 울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니... 또 슬프네요.
얘길 들어보니 모든 배우자들이 울었다네요
떠나는 사람의 마음도
떠나 보내는 사람의 마음도
다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참을 얘기해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네요.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을 설까 하다가
그냥 맨 마지막에 들어갑니다.
들어가다가 혹시나 해서
"세자리가 쭉 빈 라인이 있나요?"
"네 몇줄 있네요 바꿔드릴까요?"
이렇게 우린 좀 호화롭게, 세자리씩 맡아 앉았습니다.
들어가서 보니 정말 운이 좋았네요.
그런 자리가 많지는 않더라구요.
다운 받아 놓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며
기내식도 열심히 챙겨 먹고
한참을 비행하다 1시간 반쯤 남았을 무렵
'이쯤이면 항로 오른편으로 히말라야가 보일텐데'
마침 그쪽에 앉아있는 동료를 찾아가
저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꼭대기를 찾았습니다.
구름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히말라야는
마치 무릉도원인듯 구름위에 떠있는 섬 같았어요.
에게 저게 뭐야 싶다가도
구름 위까지 올라와 있는 산이라니... 놀랐습니다.
조금 지나고 나니 땅도 보이고 강도 보이고
건물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이더니
어느덧 목적지인 뉴델리에 도착했습니다.
몇달 전부터 생각만 했던 그곳에
드디어 발을 내딛습니다.
밖으로 나가면서 느낀건
생각보다 안덥네, 생각보다 냄새는 없네
어쩌다 보니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한 생각이네요.
인도에 오면 생각도 바뀐다더니
벌써부터 그럴 조짐이 보입니다.
내가 얼마나 바뀌게 될까요
우리 가족은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요
다들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겠죠
아주 약간의 설렘과 기대, 그리고
수많은 각오를 가슴에 품고
인도 생활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