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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떠나며

3) 인도에 가기까지

by 이목화

돈을 참 많이 썼습니다.

회사에서는 가서 쓸 돈을 지원해 준다는데

생각보다 사가야 할 게 많은데요..?

출국 전까지 할 게 많았습니다.

아이가 곧 돌인데 돌은 못 보고 가더라도

가족사진은 남겨보자고 해서 사진도 찍고요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요

그리고 많은 쇼핑을 했죠. 인도에는 없을 것들을


이제 진짜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리스트에 넣었던 많은 짐들은 24인치 캐리어 두 개에

꾸깃꾸깃 욱여넣고 겨우겨우 다 쌌나 싶은데

아 이건 가자마자 쓸 거, 이건 집 구하면 쓸 거,

이건 쟁여놓고 쓸 거, 이렇게 보다 보니

다 싸놓은 캐리어를 두 번이나 풀었네요.

정리 잘하는 아내가 깔끔하고 야무지게도

모든 짐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나 혼자도 이렇게 쌀 수 있겠죠..?


생각할 것도 많고 가면서, 가서 챙길 것도 많아서

정신이 없던 저는 마음고 머리도 짐을 다 쌌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아니었나 봅니다.

밥 먹다가, 아이와 놀아주다가, 잠들기 전 옆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눈시울을 붉힙니다.

근데 그런 아내를 보면

아 나도 아직 짐을 다 싸진 못했구나 새삼 느낍니다.

짐이 싸질까요? 아니오. 안됩니다.

그건 지난 3개월간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인도에서 혼자 있을 때마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곳의 다른 가족들을 볼 때마다

전 외롭고 그립고 아쉬울 겁니다.

그럴 것을 다 알고 몇 번이나 생각해서 무디게 만들었지만

오늘도 아내의 눈물에 내 짐은 다시 풀어집니다.


어느덧 출국날이 다가왔습니다.

아이 낳기 전에 공항에 가보고 1년 2개월 만이네요.

저를 보내고 혼자 돌아올 아내가 걱정돼서

공항버스 타고 혼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같이 가자고 하네요

그렇게 버스표를 취소했고

이별하는 시간이 좀 길어졌습니다.

공항 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가서도 좀 일찍 도착해서 커피 한잔하고

커피잔이 비워갈 때쯤 아내는 다시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렇게 입국장을 들어갈 때쯤엔 눈물을 쏟아내는데

전 다시 한번 풀려버린 마음의 짐을 겨우 챙겨

그렇게 입국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누군가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건

15년 만이네요. 보통 여행은 혼자 가거나 같이 가니까

누군갈 남겨두고 가는 건 20대에 갔던 워킹홀리데이 때

부모님의 배웅을 받았던 게 마지막이네요.

근데 그때와는 느낌이 너무 다르네요.

그땐 제가 집을 떠나온 느낌이었는데

아직 한창이셨던 부모님을 떠나며 일말의 걱정도 없이

내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똑같이 집을 떠나지만

내 생활 보단 우리 가족의 생활이 더 신경 쓰여

마음이 너무 다르네요.


벌써부터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내 가족.

한창 귀여울 때 지켜봐 주지 못한 아이에 대한 미안함.

육아와 집안일을 모두 남기고 떠난 아내에 대한 미안함.

가족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하는 가장으로서의 미안함.

모든 미안함을 담아 인도로 갑니다.

우리 가족이 내게 준 1년

3년같이 살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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