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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멀어지는 마음

3) 인도에 한걸음

by 이목화

이제 인도에 살 준비가 다 됐습니다.

집도 구했고요

핸드폰도 개통했고

힘들게 와이파이 설치까지 했네요.

드디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내 집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귀찮은 일 투성이고 답답한 일들 뿐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인도에 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없어지는 게

인도에 적응하기 위한 미션을 통과한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필요한 물건도 사고 살림이 갖춰지고 나니

마음도 편하고 동료들 만나기도 부담 없습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생활의 꿀팁들도 공유하고

재밌는 일들, 인도에 대한 공감 가는 이야기들,

지금 드는 생각과 느낀 점들을 얘기하면

참 재밌고 시간도 금방금방 가네요.

술 한잔 곁들이면 정말 친구들끼리 여행 온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이 조용한 집은 적응되지 않습니다.

집도 회사 돈으로 얻는 거라 혼자 살기엔 좀 크거든요

난 방 하나 거실하나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간은 너무 어둡습니다.

이제 살만한 공간이 되었으니

루틴을 만들고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이 집도 내 집 같아지고

이 생활도 내 생활 같아지겠죠.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집안일을 하면서 공부하고 일하고

나의 성장과 나의 생활에만 집중하는 삶.


하지만 마냥 그렇게 되진 않네요.

저는 알거든요.

내 가족과 함께할 때 나의 기분

그때 느꼈던 수많은 감정

그리고 지금 나 없이 살고 있는 내 가족들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매일, 매시간, 적어도 한 번씩은 떠올립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사랑하는 나의 아들.

매일 핸드폰에서 추천해 주는 사진첩 속 나의 사진들

그 모든 사진이 나의 아내이고 나의 아들인데

볼 때마다 가슴이 사무칩니다.


연애할 때 아내의 웃음은 이랬었지

여행 갔을 때 우린 이렇게 돌아다녔지

임신했을 때 아내와 함께 갔던 그곳

그때 우리가 나눴던 대화

출산할 땐 정말 힘들었어.

너무 고마웠어 여보

사랑스러운 내 아들

배냇짓하던 모습들이 아른거리고

똥 싸는 거 보는 게 하루의 가장 큰 낙이었던 것 같고

그때 참 힘들어했었는데 우리 사진은 웃는 것 만 있지

그래도 난 다 기억하고, 우리 잘 지나왔던 것도 다 알지.


사진만 보다가도 이렇게 감정의 늪에 빠졌다가

그래도 난 여기서 살아야지 자각하고

아내와 통화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며 웃다가도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프다고 하면

하루 종일 걱정에서 헤어 나오질 못합니다.

아픈 아이도 아른거리고

그 아이를 챙겨주고 잠도 설칠 아내를 생각하면

이렇게 멀리서 걱정만 하고 있는 내가

개똥만큼 쓸모 없어집니다.


각자 있는 곳에사 최선을 다하고 살다가 만나는 게

우리에겐 최선의 선택지라며 다짐하고

잘 성장해서 만나자고는 했지만

이럴 땐 이 하루에 있었던 나의 즐거운 시간이

모두 죄책감이 되어 밀려듭니다.

그럴 필요 없다는 건 잘 알지만

이 조용한 집에 혼자 누워 있다는 것도

너무 미안해지네요.

아직은 안될 것 같습니다.

인도랑 가까워지는 건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할 텐데

한국과 멀어지는 건 죽어도 못할 거 같아요.


내가 아플 땐 좀 참아볼 만하겠는데

아이가 아플 때에도

아내가 아플 때에도

이렇게 술 한잔 한 날에도

도저히 안 되겠네요

정말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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