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 생활
인도 살면서 몇 년 동안 바꾸지 않았던
핸드폰의 앱 배열을 바꿨습니다.
한국에서만 쓰던 앱은 뒤로 보내고
인도에서 쓸 앱을 앞에 놨어요.
먼저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식료품 배달 앱 블링킷. 모든 식료품이 10분 안에 배달.
음식 배달앱 조마토와 스위기.
위 배달 앱들은 배달료가 없거나 몇백 원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엄청 빨리 와요. 뭐든지.
두 앱 다 레스토랑 예약도 되는데
앱 결제하면 할인도 엄청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아마존 인디아. 위 앱들에 없는 물건들을 시킵니다.
1일~4일 이내에 어지간하면 다 오네요.
그리고 나의 발이 되어주는 우버.
어지간한 거리도 200루피(3400원) 이내에 갈 수 있어요.
(써놓고 보니까 광고 같은데 그런 거 못 받아요...)
그러다가 휴대폰 화면에 공간이 많이 남게 되었습니다.
거기를 뭘로 채울까 고민하다가
매모장 몇 개와 갤러리 위젯을 넣었어요.
전 안드로이드 써서...
갤러리 위젯을 띄우면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이
랜덤 하게 나옵니다.
구글에서 스토리 형식으로 특정 주제의 사진들을
하나로 묶어서 보여주거든요.
그러다 보니 옛날 사진들을 참 많이 보게 됩니다.
어린 아들이 더 어렸을 때, 조리원에 있을까부터
처음 웃던 사진, 안겨있는 사진,
잠자는 사진, 터미타임 하는 사진들을 보다가
처음으로 뒤집을 때 찍은 동영상을 봤는데
동영상에 찍힌 제 웃는 모습 그대로
지금도 똑같이 웃었습니다.
리액션도 똑같네요. '어~ 어! 쫌만 더 쫌만 더!'
그렇게 웃다가, 영상 속에 내가 똑같이 반응하는 걸 보고
갑자기 울컥합니다.
저 때도 이랬었지. 저때 참 행복한 거였구나.
물론 영상 속의 저도 참 행복해 보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저게 정말 행복한 거였구나
아이가 얼마 전에 걷기 시작한다고 동영상을 보내줬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열 발이나 걷는 걸 보고
정말 빨리 크구나... 다 컸네 진짜 몇 번을 말합니다.
아이와 함께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내가 헌국에 있던 시간이 그렇게나 소중하고 아쉽고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옛날 사진을 보게 되면
거기엔 결혼하기 전 아내와 찍은 사진들이 있고
아내와 사귀기 전 받았던 아내의 사진들이 있는데
지금 보면 새삼 참 너무 예쁘네요.
제가 사랑에 빠졌던 그 모습들이니까 당연하겠지만
너무 예쁩니다. 표정, 눈빛, 옷차림 모두.
물론 지금 아내도 너무 예뻐요.
맨날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항상 너무 예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옛날 사진을 보다 보면 또 한 번 느껴지는 게
지금 내가 이 생활을 하는 건
아내의 시간을 갈아 넣어 만든 기회다.
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건
아내의 1년과 아내의 건강을 잃은 대가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정말 매일매일 어떠한 이유들로 아내에게 빚을 지고 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한국에 돌아가면 꼭 더 잘해줘야지.
언젠가 아내에게 지금 나와 같은 성장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모든 걸 갈아 넣어서라도 도와줘야지.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바탕화면에 갤러리 위젯 추가한 거 하나 가지고
이렇게 감상에 젖을 줄은 몰랐는데...
이곳에서의 삶은 어느 정도 루틴화 되었고
남는 시간에 나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더더욱 가족생각이 간절해지네요.
인도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일단 이곳에서
가족과 시간의 소중함을 먼저 얻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