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한 생각들
인도에 살며 다양한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환경,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사람들. 볼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주제 중 하나는 그들의 직업이다. 인도에서 직업이란 굉장히 많은 것과 얽혀 있다. 사회, 종교, 역사, 집안, 사고방식 등등.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한번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물고 늘어지게 된다. 글을 짧게 쓸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모든 생각을 다 글로 옮기면 분명 끝도 없이 길어질게 뻔하다.
인도는 공식적으로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없어졌다. 적어도 사회적으로는 신분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최하층인 불가촉천민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배려를 약간 남겨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에게 정말 어떠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조금만 살아보면 나눠지진 않았지만 그 계층이 눈에 보인다. 이미 금전적인 격차가 너무 벌어져 버렸기 때문인데, 이것은 카스트로 인해 가업처럼 내려오던 그들의 직업으로 인한 것이다.
과거의 카스트를 사제와 귀족, 상인, 평민, 불가촉천민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만 나눠 본다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층을 차지하는 데에 가장 유리한 직업은 귀족과 상인, 그리고 일부 사제까지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 빈부에 의한 계층이 나눠져 있다. 그들이 갖고 있던 재산이나 하고 있던 사업 혹은 직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부모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일을 했을 뿐인데 큰돈을 벌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다. 원래라면 모두가 각자의 노동력을 공유하고 서로 품앗이를 하며 그러한 격차는 없었어야 하겠지만, 화폐가 생기고 직업의 귀천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하는 일에 대한 보수도 달라지고, 그렇게 누군가는 빈층이, 누군가는 부층이 되었다.
지금도 인도에는 그렇게 다양한 직업들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단 4세대밖에 없는 빌라에 문지기가 있고, 청소하는 사람이 있으며,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사람, 야채나 과일을 팔러 오는 사람 등등. 이들을 보면 아주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별다른 하는 일 없이 문 앞에 앉아있거나 문을 열어주거나, 우편물을 대신 받아주거나 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얘기를 해보면 지방에서 올라와 이 일을 시작했고, 그 건물에 있는 문지기 전용 방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한다. 그들을 보면 왜 지방에서 올라와 이런 일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이해를 해보았다.
보통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아버지나 조상이 대대로 그런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위에 언급한 대로 어쩌다 보니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을 갖게 되어버렸고, 상황상 별다른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주변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려서부터 그 건물 거주자들에게 깍듯이 대하는 그들의 부모세대를 봤을 것이고, 그렇게 알지 못하는 벽을 스스로 만들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정된 공간에서 보던 것만 보고 들으며 그 밖으로 생각을 확장하지 못하고 살면서 지금의 이런 직업을 또다시 갖게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정리를 해보고 나니 새삼 교육, 책, 매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위와 같이 정리한 데에 핵심이 된 인도의 이해는 ‘되면 된다’라는 일종의 사상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기만 하면 그게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는, 인도의 근본을 이루는 사고방식이다. 애초에 불교의 근본이 된 힌두교가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국가이다 보니, 큰 욕심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힌두교 근본 교리에 따르면 어디서 어떤 것을 하더라도 가정에, 일에 열과 성을 다하여 열심히만 살면 되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역할 범위를 넘어가는 일을 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고, 큰 문제가 없이 잘 넘어가기만 하면 좀 고되고 귀찮아도 그래도 하는 것이 이 개념이다.
안 그래도 이런 종교적인 신념이자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데, 추가적인 교육도,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들이 과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엄청난 노력이 있지 않고서야 그건 힘들 것이다. 하물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많은 교육과 넘쳐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가 갖고 있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 애쓰지 않고, 도전을 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어찌 보면 인도와 마찬가지로 부모에게서 받은 것, 부모가 제공한 환경에서 얻은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노력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배워낸 사람도 있겠지만, 그 또한 부모가 제공한 바운더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벗어났다면 이미 성공이라 할만한 결과물을 얻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성공의 기준 역시 그 전의 내가 세운 성공의 기준을 넘어선 다른 기준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인도는 이곳에 방문한 외부인들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최고의 반면교사가 되어준다. 너무 다양한 사람들, 너무 다양한 문화와 종교, 그리고 아직 과도기에 있는 나라의 상태를 보고 어떤 여행자는 우월감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혀를 차며 안타까워 하지만 결국 그 느낀 점을 스스로에게 빗대어 보면 결국 더 나은 환경에 있지만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한 꺼풀 벗겨내는 것은 참 어렵고 방법도 모호하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